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의 지난 1년을 살펴보는 특집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의 신군부’ 편을 보내드립니다. 최원기 기자입니다.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미 해군분석 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후계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의 등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이 이끌었던 북한군부가 지금은 김정은을 옹립하는 새로운 신군부로 대체돼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신군부의 핵심으로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영철 상장 등을 지목했습니다.

“김정은이 2010년 9월 등장하면서 군부 인사가 같이 올라왔는데, 대표적인 인사가 총참모장 리영호, 김영철 정찰총국장, 그리고 정치국 제1부국장 김정각 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군부 핵심 인사들의 특징으로 두 가지를 지적합니다. 우선 아버지가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 빨치산 또는 6.25 전쟁 때 활동했던 이른바 ‘백두산 줄기’의 2세들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리영호 총참모장은 6.25때 활약했던 유경수의 사위이며, 지난 해 대장 칭호를 받은 최룡해는 항일 빨치산이었던 최현, 오금철 상장은 오백룡 전 호위총국장의 아들입니다. 과거 청진의 북한군 9군단에서 장교로 복무하다 2008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장세율 씨의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 때부터 활동한 혁명투사들의 자녀들이지요.”

신군부 핵심 인사들의 두 번째 특징은 고속승진입니다. 리영호의 경우 지난 해 9월 열린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고, 5명 뿐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군 장성 38명을 승진시켰는데,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은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상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북한군에서 대좌가 장군이 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빠른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신군부가 김정은을 옹립하는 것은 물론 국내 문제와 대남 정책에도 간여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지난 해 3월 한국의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평도 포격도 신군부가 주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윌라드 미 태평양사령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남 도발과 후계 세습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군부는 심지어 경제 문제를 비롯한 국내정책에도 간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몇 년간 개방을 추진하는 듯 하다가 후퇴하는 행태를 반복했는데, 전문가들은 그 배후에 신군부와 손잡은 보수파 관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최진욱 소장의 말입니다.

“과거 개방 시도는 구 군부가 내각 박봉주 총리가 시도하는 개혁 시도를 밀어줬는데 신군부와 당의 강경파가 등장하면서 그런 것이 역전됐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의 권력판도에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노쇠한 장군들은 하나둘씩 밀려나거나 도태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지난 해 5월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김일철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발표한 것이 주요 사례입니다.

또 한국의 집권여당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권력세습 과정에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사실상 무력화 됐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탈북인총연합회 대표의 말입니다.

“김영춘이가 그동안 조명록과 쌍벽을 이루면서 군부에서 원로 대우를 잘 받아왔는데, 조명록은 지난 해 11월 사망했고 리영호라는 신군부 인물이 등장하면서 세대 교체가 본격화되면서 김영춘 세대는 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은 지난 1년간 권력 승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신군부를 통해 군부 내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두 차례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자신을 군사 지도자로 포장한 것이 그 것입니다. 김정은은 또 지난 1년 간 1백 회의 공개 활동을 했는데 이 중 군사 분야가 26회로 가장 많았습니다.

김정은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 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김정은이 군부 중간 간부층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과 신군부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정치적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가 되려면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경제적 업적을 내세워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또 신군부가 김정은을 옹립하는 과정에서 군부 내 원로 그룹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며, 내부 긴장을 높이기 위해 또다른 대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지 1년을 맞아 보내 드리는 특집기획, 내일은 세 번째 마지막 순서로 김정은 등장 이후 지난 1년 간의 북한사회 변화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