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북한 공식매체의 보도보다 비공식적으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또 당국의 단속으로 인해 남한 영화보다 중국 영화를 더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주민들이 공식매체의 보도보다 비공식적으로 얻은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출신 성분이 나쁠수록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략센터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 접촉 실태와 의식변화 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조사는 북한에서 외부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는 20살 이상 탈북자 1백97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응답자들은 탈북자의 말을 가장 믿었고, 이어 CD알 같은 외부 반입물, 외국 방송 같은 외부 정보를 신뢰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친척이나 친구와의 대화, 당국의 선전교육, 북한의 공식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2005년에 탈북한 김선영 씨는 이 날 열린 조사발표회에서 “체제선전 일색인 북한 영화와 달리 남한 영화의 경우 자연스럽고 재미가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며 “평양 간부 자녀들도 남한 영화를 보고 말투나 가요를 따라 부를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영화나 음악이 사상이나 선전이 들어가야 하지만 한국 영화는 일상적인 생활 얘기나 사랑 얘기도 들어가 자연스럽잖아요. 최근 탈북하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1박2일이나 강호동이 많이 퍼지고 있다고 해요.”

이 같은 경향은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분석을 맡은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김화순 연구위원입니다.

“시장 발달과 함께 부를 축적한 상층들은 비공식 정보 경로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계층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오히려 극빈층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아직도 북한 정부가 말하는 공식매체 정보들에 대해 가장 신뢰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신 성분이 좋을수록 북한 매체의 공식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나, 출신 성분에 따른 의식 차이는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국 영화를 남한 영화보다 더 많이 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북한 당국의 통제로 다른 외국 매체들보다 자주 접할 수 없기 때문이란 겁니다. 김화순 연구위원입니다.

“접촉 빈도수를 보면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일 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즐겨보는 영화를 물어보면 중국 영화가 50%가 넘고 한국 영화는 19%에 그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 영화 DVD나 CD알을 구입하는 경로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가 가장 많았고, ‘암시장’, ‘해외에 사는 친척’ 순이었습니다.

이 같은 외부 정보들은 외부 사회에 대한 호감 뿐 아니라 실제 탈북의 동기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에 영향을 미친 매체로는 한국의 라디오 방송이 응답자의 96%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외국 라디오 방송, 외국 영화, 외국 책 잡지 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