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장기간 얼어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비당국간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 학술회의에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 대비 방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나왔는데요, 서울의 김환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학술회의에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대비 방안을 놓고 여러 견해들이 제시됐습니다.

사단법인 동북아공동체연구회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과 한반도 통일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연 이날 회의에서 발제자로 나선 중국 푸단대 지유 허 교수는 남북한이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부 대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유 허 교수는 “정치적 신뢰와 경제협력의 이중 채널은 한반도 통일에 매우 중요하다”며 “정치적 대화 채널로서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되 이해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산업협력, 사회단체 등과 같은 비정부 영역의 소통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유 허 교수는 중국은 ‘일국 양제’ 통일전략에 따라 타이완과 밀접한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치적 통일은 요원하지만 경제적 정서적 측면에서 타이완과의 차이를 줄여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도 경제협력을 통해 통일에 대비하자는 데 같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양 교수는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남북교류를 통해 경제력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통일이 급하게 이뤄지면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노동시장에 갑자기 편입되면서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상승만 낳게 되고 결국 한국 정부의 경제적 부담만 커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개성공단 같은 경우엔 근로자들에 대해 기본임금에 이것 저것 합하면 미화 10달러 정도 주게 됩니다,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 되는데 급진적 통일이 되면 열 몇 배 올라가게 됩니다.”

남북한 간 경제교류에 앞서 상호 불가침과 평화공존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 하지메 이즈미 교수는 “현재 남북간 상호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지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되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런 제도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교류가 원활하게 추진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엄종식 한국 통일부 차관은 이날 학술회의 축사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단호하게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면서도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이 유연하게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고 얽힌 매듭을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엄 차관의 발언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대북정책 방향에 일정한 유연성을 가질 것을 거듭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엄 차관은 그러면서 장기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북한의 일방적 재산몰수 조치 등으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비핵화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어 “앞으로의 남북교류 협력은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된 것이어야 한다”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