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의 지난 1년을 살펴보는 특집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마지막 순서로 김정은 등장 이후 지난 1년 간의 북한사회 동향을 알아봅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해 9월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전문가들과 해외 언론들은 북한에 김정은 시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20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강행하기 시작한 겁니다 ...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었는데요. 북한의 권력 이양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실제로 노동당 규약에 ‘김일성당화 하는 계승성의 보장’ 이란 조항을 새롭게 넣는 등 3대 세습을 뒷받침하는 여러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한국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월 한국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 정부가 김정일을 수행하는 김정은의 행보를 마치 혼자 시찰한 것처럼 편집해 발표하는 등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 역시 북한 정부가 곳곳에 ‘대장복’ 구호판을 설치하는 등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고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가 전례 없는 ‘선군 청년 총동원대회’를 개최해 유일영도 체계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며 체제 결속과 주민에 대한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북한에서 촬영된 사진들에서는 현 장관의 지적대로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 이라고 쓰여진 구호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우상화 속도와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의 존재감은 아직 예상만큼 강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뤄 온 일본의 독립언론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정부가 경제 문제 때문에 3대 세습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일반 사람들에게 속도 조절을 해 왔냐. 경제 상황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어렵게 사니까 항상 생활투쟁에 바쁘니까 왜 조선 사람들만 어렵게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해 당연히 북한 주민들도 생각하게 되거든요. 잘못 선동하면 그 책임을 김정은에게 물을 수 있는 거죠.”

김정은 후계 추진세력은 이미 2년 전 화폐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체험했기 때문에 세습 우상화를 신중히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국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화폐개혁에 실패했고, 주택 10만 호 건설을 하기로 했지만 5백 호 밖에 건설하지 못해 리더십에 손상이 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수암 박사는 지난 1년 간 북한사회에 뚜렷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지 않은 또다른 이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재를 지적했습니다.

“김정일이 올해만 해도 벌써 외국을 여러 번 갔다 왔을 정도로 건강을 과시하고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으로의 세습체제 과정에서 사회 변화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원인이 거기에 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의 전형적인 공포정치와 체제 결속을 위한 사상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지난 해 북한에서 최소한 60명이 공개처형 돼 전년 보다 몇 배가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적어도 6개에 달하는 정치범 관리소의 규모 역시 인공위성 사진을 비교한 결과 10년 전 보다 대부분 확대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라지브 나라얀 선임연구원은 이런 양상은 북한의 후계 세습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독재국가의 권력이양 시기에 사회 통제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여왔고,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법 전문가인 한국 통일연구원의 이규창 박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1-2년 간 북한 정부가 안팎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헌법 개정을 통해 ‘인권 존중과 보호’를 명시하고 여성 관련 법률과 노동법 등을 정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인권 침해가 더 심화됐다는 겁니다.

이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을 강화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처벌 수위를 높였으며, 비사회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118 상무조까지 조직해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 8월 국회 보고에서 북한 정권이 세습체제 공고화 등을 위해 특수전 부대인 ‘폭풍군단’을 동원해 비사회주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의 이런 공포정치 강화가 북한이 가입한 유엔의 주요 4대 인권협약에 모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대학 교수 출신인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연평도 포격 뿐 아니라 최근의 강력한 체제 단속은 모두 김정은의 카리스마를 높이며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젊고 새로운 지도자는 사실상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 상당히 가늠하기 어려운 카리스마죠. 포악성에 대한 부분도 인식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 대표 등 전문가들은 그러나 내부통제 강화가 김정은의 입지를 더 강화시켜 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 만연한 부정부패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고, 무리한 단속과 통제는 김정은에 대한 신뢰와 우상화에도 역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은 북한 정부가 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적기 때문에 특별한 사회 변화는 장기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교체가 완전히 성공했고 종료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시간은 김정은으로의 권력교체 시기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아마 사회적. 국제적 요인으로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와 크게 차이가 날 수 없겠죠. 북한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변화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진행자)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공식 등장 1년을 맞아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 드린 특집기획, 이 것으로 모두 마칩니다. 애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