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난민 가족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3년 전 미국에 먼저 정착한 뒤 아들을 손꼽아 기다리던 탈북 여성 에스더 씨는 아들을 얼싸 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꿈만 같죠. 아무튼 매우 기뻐요.”

16일 낮 미국의 공항에서 꿈에도 그리던 아들을 만난 탈북 여성 에스더 씨는 환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게 웃으며) 너무 멋있게 커 줘서 저는 너무 고맙죠. 키도 많이 컸고. 그냥 좋아요.”

베이징에서 홍콩, 시카고를 거쳐 엄마가 사는 도시까지 25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거쳤지만 11살 아들 준 군은 피곤한 기색조차 없이 엄마 품에 안겼습니다. 그러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주 좋아요. 열심히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그러겠습니다.”

3년 전 태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에스더 씨가 중국의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은 난민 가족 초청 프로그램 덕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매년 수만 명에 달하는 난민 입국자들이 가족을 초청해 함께 살 수 있도록 가족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난민 케이스잖아요. 난민은 가족하고 만나게 해 주는 게 제일 우선순위래요. 영주권 타기 전에 신청했는데 이제야 된 거죠.”

에스더 씨는 1990년대 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중국으로 탈출한 뒤 조선족 남편과 만나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5살 때 신변에 위협을 느껴 탈출을 결심했고 태국에서 2년을 기다린 끝에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 여성 중에 자녀와 함께 입국한 탈북자들은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가족 초청을 통해 자녀를 정식으로 데려온 탈북자는 에스더 씨가 처음입니다.

에스더 씨는 그 동안 유전자 검사(DNA 테스트)를 받고 확인서를 제출하며 많은 노력을 했지만 중국 정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OK 했는데 중국에서 남편 되는 사람한테 네가 어떻게 불법으로 북한 여자와 결혼할 수 있었냐고 브로커 그러니까 누가 이 여자를 소개해줬냐 다 대라고…”

에스더 씨는 기다리다 못해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 지난 6월 중국에 가서 아들을 직접 만나는 등 아들의 입국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난민들이 가족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상봉하는 예는 많지만 중국 정부가 탈북 여성의 자녀를 인정하고 출국을 허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에스더 씨는 아들의 입국에 미 캘리포니아 주에 본부를 둔 대북 인권단체 `링크’가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에스더 씨는 다른 탈북 여성들의 경우 대개 중국에서 겪은 악몽과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자녀들을 데려오길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아들과의 상봉이 적어도 자녀를 데려오길 원하는 다른 여성들에게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북한의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GED)를 통과한 뒤 대학에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에스더 씨는 아들에게 공부를 맘껏 시켜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습니다.

“공부 잘 시키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적극 추진시켜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