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20년이 됐습니다. 출발은 똑같이 했지만 남북한이 유엔에서 이룬 성과와 위상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한반도가 유엔과 인연을 맺은 건 남북한 동시 가입보다 훨씬 오래됐죠?

답) 네, 한반도는 1945년 일제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뒤 유엔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어느 쪽이 합법적인 정부인지 논란이 됐는데요, 48년 유엔총회에서 남한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됐습니다. 그 이듬해 한국은 유엔에 가입을 신청했는데요, 상임이사국인 소련이 거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한을 지지하던 소련으로서는 한국의 유엔 가입이 못마땅했던 겁니다.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도 소련과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문) 냉전시대의 대결 구도 때문에 한국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40년 넘게 막혀 있었다는 얘기군요.

답) 네. 여기에는 북한의 강력한 반대도 한 몫 했습니다. 북한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면 북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그렇게 되면 남북한이 각각 유엔에서 별개의 국가로 인정된다. 결국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 이런 거죠. 그래서 북한은 남북한이 단일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하고 번갈아 가며 대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했습니다.

문) 그런데 어떻게 남북한 동시 가입이 이뤄진 겁니까?

답) 80년대 말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냉전시대도 막을 내리기 시작했는데요. 한국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북방외교를 펼친 게 주효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유엔 가입에 대한 지지 내지는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주한미국 대사를 지냈던 도널드 그래그 씨의 말입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 압력을 가해서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에 반대하지 않도록 유도했고 한국에 대한 외교적 승인까지 가능하게 했다는 겁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도 주선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한도 남북한 동시 가입을 받아들이고 한국보다 먼저 가입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991년 9월 17일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의 유엔 가입이 만장일치로 승인됐습니다.

문)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하게 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답) 일단 국제사회에서 어엿한 주권국가로 공식 인정 받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로 존재하면서도 유엔 회원국이 되지 못한다는 건 사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죠. 유엔 가입 전까지는 남북한이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나라들을 상대로 소모적인 외교전을 펼쳤는데, 그럴 이유도 없게 됐습니다. 그보다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주요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건설적인 길이 열리게 된 겁니다.

문)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지 20년,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어른이 된 셈인데요. 그 동안 유엔에서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 궁금합니다. 평화와 안보, 개발, 이런 여러 가지 분야가 있지 않습니까?

답) 네, 먼저 한국을 보면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6백 명이 넘는 병사를 파견해서 분쟁지역의 치안 유지를 돕고 있습니다. 평화유지 활동에 들어가는 분담금 규모도 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저개발국가들을 돕기 위해서 공적개발 원조를 하고 있는데요, 매년 12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원조를 받아야만 했던 나라에서 이제는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바뀐 겁니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이렇다 할 실적이 별로 없고 대신 유엔 기구들로부터 식량과 보건 같은 인도적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 유엔 회원국이 되면 유엔의 예산에 일정한 기여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분담금이라고 부르는데, 남북한은 분담금을 얼마나 내고 있습니까?

답) 유엔의 올해 예산은 26억 달러가 넘는데요, 한국이 내야 할 분담금은 5천3백만 달러입니다. 전체 예산의 2%가 넘는 수준인데요, 유엔 회원국 가운데 11번째로 많은 액수입니다. 반면에 북한은 전체 예산의 10만분의 7정도인 16만 4천 달러를 내야 합니다. 1백92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백15번째입니다. 유엔 회원국들이 내야 하는 분담금은 각국의 국민소득과 외채 등 경제지표를 근거로 책정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경제력에 맞게 분담금이 정해지고 있는 겁니다.

문) 유엔 회원국들이 산하 기구나 위원회의 의장국이 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남북한이 어떤 실적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답) 무엇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장 큰 관심대상일 겁니다. 유엔 헌장상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분쟁과 관련해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5개 상임이사국은 이미 정해져 있구요, 10개 비상임이사국은 총회에서 투표로 정해지는데, 한국은 유엔에 가입한 지 5년 만인 지난 96년에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했습니다. 가입 10년 만인 지난 2001년에는 유엔 총회 의장 수임국이 됐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맡는 의장국을 맡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6월 말 유엔 군축회의의 순회의장국이 됐는데요, 4주 동안의 활동이었지만 핵과 미사일을 확산하고 있는 북한이 의장국이 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 일었고 캐나다는 아예 회의 참가를 거부했습니다.

문) 최근 들어서 유엔의 고위직을 맡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는데, 무엇보다 반기문 총장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답) 네, 지난 2006년에 반기문 전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뽑혔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인데요, 지난 6월 연임이 확정돼서 내년 1월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합니다.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5년이니까 유엔 역사에서 10년 동안 한국인이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게 되는 겁니다. 다른 고위직 인사들로는 김원수 유엔 사무총장 특보와 강경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최영진 코트디부아르 유엔 특별대표를 들 수 있습니다. 2006년 타계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과 2007년에 임기를 마친 김학수 전 아태경제사회위원회 사무총장도 한국이 배출한 유엔 기구 수장입니다.

문) 유엔에서 전 세계의 주요 현안들이 다뤄지고 있는데, 한반도 문제도 계속 큰 관심을 받고 있죠?

답) 네, 주로 남북한의 대립이나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가 현안이 돼 왔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처럼 회원국 모두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건부터 의장성명까지 다양한 조치들이 나왔습니다. 지난 1994년에는 안보리가 북한의 핵 사찰 수락을 촉구하는 의장성명과 핵 연료봉 인출에 관한 협상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습니다. 1996년에는 북한 군의 비무장지대 침입과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을 규탄하는 언론성명과 의장성명이 각각 채택됐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두 번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서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강력한 대북 제재를 담은 대북결의가 채택됐습니다.

진행자)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20주년을 맞아서 양측이 유엔에서 이룬 성과와 위상을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