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 통신원을 두고 활동 중인 일본 언론사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공동대표는 북한이 식량배급과 관련해 정권유지에 필요한 계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취약계층에게까지 돌아가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은 이시마루 대표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문) 최근에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북한의 우선 배급 대상, 어떤 계층인가요?

답) ‘계층’이라고 이해하기는 조금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배급 대상이라는 것은 김정일 정권에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 단체, 간부들, 기업소, 그리고 지역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군대, 경찰, 보위부, 당 행정간부들, 인텔리, 외화벌이용 광산,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평양시민이죠. 이렇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정권에서 배급해 줘야 하는 사람들을 우선 배급 대상으로 분류했습니다. 추가적으로 말씀 드리면 제 생각에 전체의 20%가 아닌가 추측하거든요. 나머지 농민들을 제외한 도시 사람들에게는 이미 90년대에 배급이 끊겼습니다. 이렇게 배급이 중단된 사람들은 굶어야 하는 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배급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현금을 입수해서, 쌀, 강냉이와 같은 식량을 구입해서 먹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배급에 의존해 온 우선 배급 대상이 지금 굉장히 어렵게 살고 있는데, 이는 역시 정권의 힘이 약해져서 쌀을 준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 말씀하신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전체 주민 중 20%가 우선 배급 대상인데, 이들에게조차 식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답) 하지만 우선 배급 대상에게 ‘조차’ 라는 인식도 조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배급 대상이라는 것은 정권 입장에서 본 것이지, 나머지 사람들은 배급 없이 살고 있다는 그런 모순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 입장에서 보면 우선적으로 식량을 배급해야 할 대상에게조차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쉽게 말해 정부에 돈이 없어 쌀을 확보할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추측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 내부에 통신원을 두고 계신데요. 이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도 듣고 계신가요?

답) 우리는 평안북도에 사는 김동철 기자를 비롯해서 6명 정도의 기자가 취재 중이거든요. 기자들이 찍은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보면 우선 배급 대상인 군대가 정말 힘듭니다. 그리고 탄광 노동자, 군수공업 노동자들이 굉장히 어렵게 삽니다. 그런데 거꾸로 배급이 없는 사람들의 대표적 사례인 교원, 철도원 같은 공무 서비스 분야의 노동자들은 90년대부터 배급이 없어요. 그런데 굶지 않고, 어렵지만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해 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배급 대상이기 때문에 어렵게 산다는 그런 모순이 생기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활동에 참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 배급이 없어도 시장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먹고 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순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전반적인 북한의 식량상황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평가가 있는데요.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어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계신가요?

답) 저는 북한 국민의 생활고에 대해서는 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현재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 최악의 상황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사는데, 시장에 가면 쌀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그 쌀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이는 북한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쌀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현재 북한 식량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의 식량상황이 굉장히 어렵다고 주장하는 단체도 있고요. 외부에서 식량지원을 긴급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데요. 사실 대표님 말씀에 비춰보면 실제로 절대적인 식량의 양은 그렇게 부족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답) 절대량은 부족하지 않지만 굶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식량에의) 접근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저희 생각은, 식량의 인도적 지원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지원할 때의 투명성,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 전달되는가에 대한 분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식량이 전달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 분배의 투명성을 말씀하셨는데,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도 아까 말씀하신 대로 취약계층이 아니라 우선 배급 대상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신가요?

답) 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의 식량 문제라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식량 절대량이 부족하니까 주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고, 식량이 부족한 대상이 분명 있다는 거죠.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지금 굉장히 어려운 대상은 농촌입니다. 이것은 아까 말씀 드린 식량 우선 배급 대상에 줄 식량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농촌의 쌀을 강제로 징수하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농촌이 어려워진 거죠. (그러므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는) 예를 들어 이런 농촌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든지, 혹은 일대일로 어린이들, 병에 걸린 사람들, 노인들을 측정해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업소, 지역 등 감시가 어려운 집단 단위에 지원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식량을 외부에서 지원하더라도 기업소 등에 일괄적으로 주기 보다는 정말 식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일대일로 지원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답) 네, 어디의 누가 어렵게 사는지를 잘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의 식량 문제는 액세스(Access), ‘접근’의 문제입니다. 현금을 입수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문제가 많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경제적인 개혁, 개방과 관련된 내용이 되겠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북한 정부에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일본 내 북한 전문 언론매체인 '아시아 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공동대표로부터 북한의 식량난 상황과 국제사회의 효율적인 지원책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