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부정부패 문제가 김정남의 발언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부패 문제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김정남의 발언을 한번 살펴 볼까요?

답) 김정남은 일본의 고미 요지 `도쿄신문’ 기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에서 돈 버는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고위층에 상납하는 뇌물 금액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부패한 구조는 반드시 붕괴한다. 소련의 붕괴 직전을 연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또 “현실을 직시해 직언하는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처벌 뿐” 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실제로 부정부패 문제가 북한에서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답) 미 국무부는 지난 해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공직자들의 부패가 경제와 사회 분야 전반에 걸쳐 만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보위기관들의 부패가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구호식량이 취약계층이 아닌 군대와 당 간부들에게 전용되고 뇌물 수수행위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을 들 수 있을까요?

답)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행위들에는 뇌물 수수가 일상화 돼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남대의 최봉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10월 탈북자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 의식 관력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은 형사재판 때 뇌물이 없으면 도움이 없다고 밝혔고, 69 퍼센트는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뉴욕타임스’ 신문 보도를 인용해 지난 화폐개혁 때 정치적 연줄이 있었던 사람들은 자산 압류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일반 장마당 상인들은 신권 교환 액수가 제한돼 고스란히 피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문) 국제사회는 일반적으로 이런 부패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답) 유엔과 국제 기구들은 부패를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뇌물과 횡령, 강탈, 담합, 법 개정을 통한 정치권의 각종 이권 챙기기, 가족과 친척을 중용하는 구조 등이 부패의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세계은행은 부패가 모든 이들에게 타격을 미치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최대 피해 계층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부패가 비단 북한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답) 네, 부패 문제는 북한 뿐 아니라 저개발국의 많은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의 하나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부패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는 겁니다. 독일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12월 발표한 부패인식 지수에서 북한의 부패 상황이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사 대상 183개 나라 가운데 북한은 소말리아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이 기구의 알렉산드로 살라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대행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살라스 국장대행]: “North Korea is most closed..."

북한은 세계 최악의 폐쇄국가로, 소수 권력자들이 국가의 정책을 비밀리에 결정하고 국가 수입에 대한 분배가 어떤 순위로 이뤄지는지 숨기며, 법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문) 그런 투명성 문제가 민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겁니까?

답) 일반적으로 장마당 상인들의 경우 보안원 등 당국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뇌물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적은 수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또 관리들이 국가 재산을 지속적으로 가로채면서 주민들 사이에 빈곤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 등을 국제투명성 기구는 지적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사실 북한 사회와 장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말입니다.

문) 그럼 각국 정부와 국제 기구들은 부패 방지와 척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답)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등 국제 기구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반부패 개혁 프로그램을 강도높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협력하지 않는 정부들에는 원조와 지원, 대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반면 제도 개혁을 통해 국제 기구의 지침을 따르는 정부들에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옛 동유럽 공산국가들 가운데 압제가 가장 심했던 루마니아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부패를 척결하라는 유럽연합과 국제 기구들의 요구를 수용한 뒤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었다고 세계은행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 끝으로 북한은 부패 단속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답) 북한 정부는 지속적으로 검열단을 지방에 파견해 관리들의 비리를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부패의 뿌리가 워낙 깊고 간부들이 받는 봉급이 너무 적다 보니 비리가 줄어들 여지가 없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살라스 국장대행 등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혁개방과 법 제도 정비,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국제 기구들과 투자자들 모두 협력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부패한 시스템은 반드시 붕괴한다”고 말한 사람이 다름아닌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라는 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영권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