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공중곡예사 베티 씨.
세계 최고령 공중곡예사 베티 씨.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연초가 되면 대부분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하죠? 새해 계획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게 아마 운동일 텐데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막상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실천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가면 공중곡예를 취미로 하는 86살 할머니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 할머니는 어려운 공중곡예를 하며 인생의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세계 최고령 공중곡예사...화마를 딛고 승리한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첫 번째 이야기, 80대에도 하늘을 나는 세계 최고령 공중곡예사”

[현장음:샌디에이고 공중곡예 훈련장]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운동장. 높다란 계단을 타고 탑 위에 올라가면 줄이 달린 막대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하늘을 나는, 공중곡예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운동인 만큼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실력과 날렵함을 선보이는 이 사람. 바로 베티 개드하트 씨입니다. 

86살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근육질인 베티 씨.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베티 씨는 8살 때 스케이트를 시작한 이후 수십년간 프로로 활동했다고 하는데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밀려오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 노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암벽타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베티 개드하트] “남편을 먼저 보내고 울적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라고요. 그런데 막상 무언가를 하려니 내가 가진 것이 없더군요.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뭔가 재미있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해보기 시작했고요. 이후 우울한 기분 없이 밤마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시작한 베티 씨가 공중곡예를 시작한 건 9년 전인데요. 친구들이 공중곡예 학원에 등록시켜 줬다고 하네요. 

[녹취: 베티 개드하트] “처음엔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저만 무서워한 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두려움이 있어요. 평소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거니까요. 공중곡예는 쉽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잖아요? 그런데요. 막상 시도해보니까 정말 환상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중곡예 지도자인 데이브 에이어스 씨는 베티 씨에게 처음 공중곡예를 가르쳐준 강사인데요. 초반에는 혹여나 베티 씨가 공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데이브 에이어스] “공중곡예는 안전한 운동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여성이 하다가 혹여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래서 엉덩이뼈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베티 씨를 처음 가르칠 때는 새로운 기술을 전수하기보다는 베티 씨가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타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운동 신경에 강인한 정신과 인내심까지 갖고 있는 베티 씨는 공중곡예에 타고난 실력을 보였습니다. 8년간 공중곡예사로 활동하면서, 2019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여성 공중곡예 예술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녹취: 베티 개드하트] “저는 사람들이 저의 공중곡예 공연을 보면서, ‘저렇게 나이가 많은 여성도 공중곡예를 하는데, 건강한 내가 뭘 못하겠느냐.’ 이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베티 씨는 누구나 신념을 갖고 훈련에 매진한다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다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어제의 패자가 오늘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베티 씨는 바로 자신이 그 좋은 예라고 했는데요. 새해를 시작하며 벌써 작심삼일로 포기해버리셨다면, 80대 할머니 공중곡예사 베티 씨를 생각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파라다이스 고등학교의 미식축구팀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파라다이스 고등학교의 미식축구팀이 훈련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화마를 딛고 기적을 만들어 낸 파라다이스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지난 2018년 11월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화마가 휩쓴 지역 가운데는 ‘파라다이스(Paradise)’시도 포함됐는데요. ‘천국’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고 말았죠. 그런데 파라다이스 고등학교의 미식축구팀은 이렇게 잿더미로 바뀌어버린 마을에서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현장음: 파라다이스 고등학교 미식축구팀]

고등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미식축구 즉 풋볼 훈련에 한창입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일을 겪은 학생들에게 풋볼 훈련장은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녹취: 스펜서 키퍼] “풋볼 훈련장에만 오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아직도 파라다이스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극심했던 산불로 시의 90% 이상이 전소된 이후, 1년 지난 현재, 지역 내 9개 학교 가운데 4학교만이 다시 문을 열었고, 학생의 절반이 아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파라다이스시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겁니다. 

[녹취: 미셸 존] “정말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교육감인 미셸 존 씨는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파라다이스 고등학교의 미식축구팀의 전적이 10전 10승, 무패 행진을 이어간 겁니다. 

릭 프린츠 감독은 이번 시즌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막막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릭 프린츠] “지난 시즌을 시작했을 때 22명의 선수가 등록을 했어요. 하지만 이번 시즌엔 선수들이 얼마나 모일지 몰랐죠. 그런데 여름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앤 스턴스] “아이들은 뭔가 특별한 일에 동참하고 싶어 했어요.”

파라다이스 고등학교의 앤 스턴스 체육부장의 말처럼, 특별한 일 즉 풋볼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친구들은 자기들의 집을 개방하기 시작했는데요. 제프 트린체라 군은 산불에서 전소되지 않은 자기 집에서 풋볼팀 친구들 몇 명이 함께 지냈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프 트린체라] “산불로 집을 잃은 친구들이 몇 달간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훈련에 참석하거나 학교에 가려면 교통편이 필요한데 한 집에 사니까 같이 이동할 수 있어서 더 편했어요.”

풋볼팀에서 현재 파라다이스에 사는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합니다. 다른 학생들은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등교하고 있는데요. 한 시간씩 운전해 오는 게 다반사라고 했습니다. 

[녹취: 릭 프린츠] “아이들이 그렇게 고생해서 학교에 오지만, 막상 훈련에 들어가면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더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프린츠 감독의 말처럼, 학생들은 대형 산불로 모든 것을 다 잃는 엄청난 일을 겪었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프 프린체라] “산불을 경험한 이후 친구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잘 어울려요. 각자 다른 배경에서, 다른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앤 스턴스 체육부장은 파라다이스 고등학교 풋볼팀의 감독과 직원들은 오히려 학생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앤 스턴스] “학생들이 산불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당연시했던 아주 작은 것들 마저도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거예요. 그런데 학생들이 이런 상황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참 기특하죠.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저 또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합니다.”

파라다이스 고등학교 풋볼 선수들은 파라다이스 주민들에게 강인함과 투지 그리고 마음만 있으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희망을 주고 있는데요. 2019년 무패 행진을 이어온 파라다이스 고등학교 풋볼팀이 2020년에는 또 어떤 기적을 만들어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