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블루룸에서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백악관 블루룸에서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12월 25일은 기독교의 축일이자 미국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인데요. 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도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은 영부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많은 관심을 받는데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취임한 후 세 번째로 꾸민 크리스마스 장식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해보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영부인이 장식한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애완견과 산타가 찍는 크리스마스 기념사진

 “첫 번째 이야기, 영부인이 장식한 백악관 크리스마스트리”

평소 백악관 직원들과 정치인들이 오가는 딱딱한 백악관 복도가 하얀 눈이 내린 듯 백색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복도에는 수정 고름 같은 유리 장식들이 세워져 있고, 방마다 들어서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금색과 빨간색 장식들로 화려함을 더합니다. 

올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선택한 장식의 주제는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인데요. 크리스마스 장식물 중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추진 중인 어린이 복지 증진 캠페인, ‘최고가 되자(Be best)’라는 글귀를 새겨놓은 장식물도 눈에 띕니다. 

‘백악관역사협회’의 매튜 코스텔로 씨는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은 미국 영부인들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매튜 코스텔로]  “백악관이 공식 크리스마스트리를 들여놓고 하나의 주제를 정해, 백악관 전체를 장식하기 시작한 것은 1961년, 재클린 케네디 여사 때부터입니다. 이후 역대 영부인들의 주도하에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이 진행됐습니다.”

코스텔로 씨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훨씬 오래전부터 백악관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매튜 코스텔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주거공간이 있는 2층뿐 아니라 집무실 등이 있는 1층 그리고 복도 입구에까지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미국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매년 주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미국의 보물들’이라는 주제로, 미국 국기에 등장하는 세 가지 색, 빨강, 파랑, 흰색을 주제로 꾸몄고요. 올해 ‘미국의 정신’이라는 주제 아래서도 역시나 세 가지 색이 주를 이루는데요.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이 더해졌습니다. 

역대 영부인들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통해 미국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는데요.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자료에서도 크리스마스 장식은 전통적이고 순수한 미국의 정신을 담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멜라니아 여사의 작년 장식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영부인 집무실이 있는 ‘이스트윙(East Wing)’으로 향하는 통로에 여러 개의 빨간색 트리를 세웠는데, 흔히 쓰는 초록색 나무가 아닌, 아무 장식이 없는 고깔 모양의 트리가 기괴하다는 반응과 함께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각종 풍자의 소재가 되기도 했죠. 

올해 장식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아름답다고 감탄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코스텔로 씨는 이런 비판은 트럼프 행정부 때만 나오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매튜 코스텔로]  “주로 현 대통령을 내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많이 합니다. 역대 행정부에서도 늘상 있었던 일이에요.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 행정부 때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별로라는 비판이 있었죠.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백악관에 거주하는 이상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백악관 장식은 국민들이 동참한다는 데 또 다른 의미가 있는데요. 올해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12월에 공개됐지만, 멜라니아 여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지난 7월부터 장식 준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애완견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산타클로스.
애완견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산타클로스.

“두 번째 이야기,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찍는 크리스마스 기념사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도그마(Dogma)’. 이곳은 애완견을 위한 사료와 미용실까지 갖춘, 애완견을 위한 공간인데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많은 개가 멋지게 단장을 하곤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잡습니다.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사진을 찍는 이 날 하루에만 사진 전문가인 지니 테일러 씨는 약 100마리의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녹취: 지니 테일러] “저는 애완견들이 마치 산타와 대화를 하는 듯, 교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습니다. 애완견도 가족의 일원이잖아요. 자녀들이 산타와 사진을 찍듯 개들도 산타와 사진을 찍고 또 가족사진에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어떤 가족은 아이가 태어나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는 걸 기념하듯 현장을 찾았다고 했는데요. 

올해가 애완견이 가족의 일원으로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라며,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산타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매년 애완견을 데리고 와 산타와 사진을 찍는다는 가족도 있었는데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강아지들 머리에 리본도 달고 한껏 멋을 내 사진을 찍으러 온다며, 다른 강아지들도 다들 최고로 멋지게 하고 온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사진을 찍는 비용은 25달러에서 50달러 수준인데요. 사람들이 내는 돈의 상당수는 지역의 유기견 보호 단체 등에 기부금으로 간다고 하네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애완견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강아지도 있었는데요. 알리샤 폴리 씨는 애완견 퀸시가 기독교의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를 모두 기념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녹취: 알리샤 폴리] “저는 하누카를 기념하며 ‘야마카’라고 하는 유대인의 전통 모자와 목도리를 강아지 머리에 씌었어요. 제가 유대인이거든요. 저는 크리스마스와 하누카를 다 기념하는데 우리 강아지 퀸시도 그랬으면 해서 이렇게 유대교 복장을 하고 산타와 사진을 찍으러 왔어요.”

그런데 애완견과 사진을 찍은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멋진 그림이 나오려면 개가 산타 발 앞에 얌전히 앉아 있어야 하는데 이게 힘들 때가 있다고 하네요. 사진사 지니 테일러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지니 테일러] “사진을 찍을 때 개가 사진사를 보게 하는 게 중요해요. 개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장난감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제가 직접 독특한 소리를 내서 개가 저를 쳐다볼 수 있게끔 합니다.”

사진사만큼 고생하는 사람이 또 있는데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애완견과 같이 사진을 찍은 짐 그리어 씨였습니다. 

[녹취: 짐 그리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제 무릎 위로 갑자기 뛰어 올라오는 개들도 있습니다. 멀리 도망가는 녀석도 있고요. 가끔씩 저를 보고 마구 짖는 개도 있어요. 몇 번 개들이 저를 할퀸 적도 있는데, 다행히 이때까지 개한테 물린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산타와 사진사는 고생을 할 때도 있지만, 애완견을 데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한데요. 애완견과 산타가 함께 찍는 크리스마스 기념사진은 이처럼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