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안 서튼 씨가 워싱턴 DC 노인 컴퓨터 교실에서 노트북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애드리안 서튼 씨가 워싱턴 DC 노인 컴퓨터 교실에서 노트북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요즘 젊은이, 청소년들을 가리켜 디지털 세대라고 부릅니다. 컴퓨터나 인터넷 등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년 세대나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워싱턴 D.C.에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컴퓨터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노인 컴퓨터 교실…시골 마을을 살리는 식료품점


“첫 번째 이야기, 워싱턴DC 노인들의 디지털 세대 따라잡기”

[현장음:노인 컴퓨터 교실]

애드리안 서튼 씨가 학생들에게 휴대용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다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인데요. 컴퓨터 화면을 보기 위해 돋보기를 낀 채 눈을 찡그려야 하고, 때론 서튼 씨가 컴퓨터 켜는 것을 말해줘야 할 정도로 아직 기기에 익숙하지 않지만, 수업 열기만큼은 어린 학생들 못지않습니다. 

[녹취: 애드리안 서튼]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 99살이 된 할머니도 계십니다. 연세는 많으시지만, 정말 최고세요. 우리 수업의 VIP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교사인 서튼 씨는 65살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노인 컴퓨터 교실을 통해 노년층의 디지털 사회 적응을 돕고 있습니다. 

[녹취: 앨리스 번스] “저는 어떻게든 배워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수업을 제법 잘 따라가는 것 같아요. 이번이 첫 번째 학기인데 내가 배울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배워보려고 합니다.”

80살 노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앨리스 번스 씨는 이전엔 주로 종이 신문으로 정보를 접했지만, 이제는 신문에서 읽던 내용을 컴퓨터를 통해 습득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만큼 배우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녹취: 앨리스 번스] “젊은 세대들을 위한 기술이다 보니 우리가 배우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도 우리 손녀한테 배워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기능을 완전히 다 익히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계속 노력 중입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천천히 배워가려고요.”

[녹취: 애드리안 서튼]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십니다. 다들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잘 알고 계세요.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동을 쉽게 할 수 있고, 식료품점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고스럽게 직접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되고요. 또 워싱턴DC의 민원 서비스를 이용하면 동네에 골칫거리도 금방 신고할 수 있으니까 사실 노인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혜택이 정말 많습니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본인도 직접 부모님께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 이용법을 가르쳐드렸다고 밝히면서, 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뮤리엘 바우저] “디지털 기술 교육이야말로 노인분들이 편하게 지내는 데 꼭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만약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걸 모르셨다면 훨씬 불편하게 생활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워싱턴 D.C.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교실엔 노인들만 참여하는 게 아닙니다. 최근에 졸업한 학생 중에는 올해 21살인 리사 브라운 씨도 있는데요.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다양한 제품의 활용법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녹취: 리사 브라운] “여기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개인 정보 관리자 응용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아웃룩’을 끝냈어요. 그리고 자격증도 따고 좋은 직장도 찾게 됐습니다.”

워싱턴의 노인 컴퓨터 교실에 와 보면 이처럼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 있어 나이는 상관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인내와 성실함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디지털 세대에 뒤처지지 않는 신세대가 될 수 있음을 학생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브래스카주 코디의 유일한 식료품 점인 ‘C마켓’ 에서 주민이 장을 보고 있다.
네브래스카주 코디의 유일한 식료품 점인 ‘C마켓’ 에서 주민이 장을 보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한적한 시골 마을을 살리는 식료품점”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는 미 중서부 네브래스카주. 이곳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코디’는 과거와 무척 다른 모습입니다. 도시로 사람들이 많이 떠나면서 지금은 한적하기 그지없는데요. 하지만 쇠락해가는 이 시골 마을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현장음: 코디 마켓]

외딴 시골길에 ‘C마켓’이라는 간판이 서 있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는 브라이언 섹슨 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마을의 유일한 식료품점인 이 가게를 찾았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섹슨] “이전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으려면 6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운전해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식료품점이 있으니 먼 거리를 운전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우리 가족은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멀리 떨어진 도시에 가서 장을 보고는 한 달을 살았어요. 미국 시골 마을에선 보통 이런 식으로 살죠. 그런데 이제 애들 학교 옆에 식료품점이 있으니까 그때그때 필요한 것도 사고, 정말 편리합니다.”

이 식료품점이 문을 열기 전까지 지역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코디-킬고어 고등학교에서 상업을 가르치는 재닛 셸번 교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재닛 셸번] “코디 마을에 식료품점이 사라진 게 한 1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식료품점이 없으면 살기가 불편하니까 주민들이 이사갈 생각을 하게 돼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느라 멀리 운전해 왔는데, 생필품을 사러 또 더 멀리 운전해 가야 하니까요. 마을에서 사람들이 떠나면서 지역 학교들도 여러 곳 문을 닫았어요. 교회도 문을 닫고, 상점도, 은행도, 다 사라졌습니다.”

마을 회장인 락키 리처즈 씨는 이렇게 죽어가는 마을에 식료품점이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락키 리처즈] “코디-킬고어 고등학교는 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학생도 별로 없지만, 학교 시설 인근에 편의 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한 지역 관리가 그러더군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러고 있으면 4년 안에 우리 마을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요. 그 말을 듣고는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마을회는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코디-킬고어 고등학교의 교사 2명이 학교 옆에 식료품점을 세우자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데리러 온 김에 장도 보고, 또 사람들이 찾는 곳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였다고 하네요.

[녹취: 재닛 셸번] “식교품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 우리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이 현장 학습의 일환으로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재고 관리나 판매 등 여러 가지 사업기술을 배울 수 있죠. 또 학생들이 일하는 낮 동안에는 직원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직원 월급도 줄이고요.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가게가 이렇게 성공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리처즈 씨는 코디 마을에 유일한 식료품점이 자리 잡기까지, 많은 주민이 자신의 시간과 돈 그리고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녹취: 락키 리처즈] “식료품점을 짓기로 하자 온 마을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공사장에 나와서 건물 기초 공사를 하고, 벽돌을 쌓고, 페인트칠까지 직접 다 했어요. 만약 인부를 들여서 공사를 했다며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마을 주민들이 발품을 팔아 적은 돈으로 가게를 지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식료품점이 들어선 이후, 코디-킬고어 고등학교의 입학생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번 해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마을 주민들은 학생들이 졸업한 후 이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게 된다면 코디 마을도 다시 번창할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시골 마을 식료품점의 기적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