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디암브로시오 씨가 손님의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있다.
디에고 디암브로시오 씨가 손님의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DC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많이 찾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50년 넘게 워싱턴 D.C.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이곳을 찾은 세계 지도자들의 머리를 만진 이발사가 있는데요. 일명 ‘대통령의 이발사”로 불리는 디에고 디암브로시오 씨를 만나러 워싱턴 시내로 가보시죠. 

라디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대통령의 이발사...쓰레기 수거원의 골동품 전시회


“첫 번째 이야기, 미국 대통령과 세계 지도자들의 머리를 책임지는 워싱턴의 이발사”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는 이발소. 10개에 가까운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 머리 손질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미용실엔 다른 미용실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요. 온 벽에 붙어 있는 유명인사들의 사진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4명의 역대 대통령은 물론 외국 대통령들과 유명 정치인들의 사진이 빼곡히 있는데요. 사진의 주인공들은 다들 디에고 씨에게 머리 손질을 받은 손님들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디에고 씨는 1968년 처음 워싱턴 DC에서 이발소를 연 이래 46명이 넘는 세계 정상들의 머리를 손질했다고 합니다. 

[녹취: 디에고 디암브로시오] “우리 이발소에 유명 정치인이 참 많이도 왔습니다. 하지만 이발소에 들어온 이상 다 같은 손님일 뿐이에요. 저는 모든 손님을 똑같이 대합니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 같은 건 없습니다.”

지나 2010년, 워싱턴DC 시장은 디에고 씨의 이발소가 있는 거리의 이름을 바꿨습니다. 영어 알파벳순에 따라 Q가라는 이름이 붙었던 도로를 디에고 씨의 이름을 따 ‘디에고 디암브로시오 거리’라고 명명한 겁니다. 

워싱턴의 명물이자, 전설이 된 디에고 씨의 이발소는 늘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데요. 손님들은 디에고 씨의 솜씨도 물론 좋지만, 지역 사회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발소를 찾는 기쁨이 크다고 했습니다. 

[녹취: 손님] “저는 디에고 씨 이발소를 지금 4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발소가 아니라 가족을 찾아오는 기분입니다. 디에고 씨뿐 아니라 여기 직원들 그리고 손님들도 다 가족 같아요. 디에고 씨의 실력이요? 물론 탁월하죠. 디에고 씨의 머리 손질을 받고 나면 더 멋있어져서 나간다니까요?”

50여 년간 이발사로 일한 디에고 씨.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녹취: 디에고 디암브로시오] “저는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일을 정말 좋아합니다. 또 사람들도 좋아하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요. 특히 사람들의 머리를 자르는 걸 좋아합니다. 사람들을 위해 봉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 말이죠.”

이발소 직원 그 누구도 디에고 씨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고 합니다. 또 과연 은퇴할지도 알 수 없다고 하네요. 

[녹취: 미용실 직원] “디에고 씨는 도무지 나이가 가늠이 안 되는 그런 분입니다. 좀처럼 나이가 들지 않으세요.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고 늘 한결같은 그 비결이 뭘까요?

[녹취: 디에고 디암브로시오] “내가 아프다, 나이 들었단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전 한 번도 제가 늙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사전에 “폐업”은 없다는 디에고 씨. 머리만 하얗게 셌지 꼿꼿한 허리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님의 머리를 멋지게 다듬고 있습니다. 

쓰레기 수거원으로 일하며 뉴욕시의 보물들을 찾아낸 넬슨 모리나 씨가 뉴욕 위생국 청사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자신이 수거한 보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쓰레기 수거원으로 일하며 뉴욕시의 보물들을 찾아낸 넬슨 모리나 씨가 뉴욕 위생국 청사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자신이 수거한 보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뉴욕 쓰레기 수거원의 골동품 전시회” 

고장 난 것도 아니고, 아직 쓸모도 있는데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는 것들이 있죠. 그런데 나는 필요 없어서 버렸지만, 어떤 사람 눈에는 이런 쓰레기가 보물이 되기도 합니다. 뉴욕시의 쓰레기 수거원인 넬슨 모리나 씨는 이런 보물찾기의 달인인데요. 지난 30여 년간 쓰레기 수거 일을 하면서 찾은 보물들로 전시회까지 열었습니다.

[현장음: 뉴욕시 위생국 전시회]

뉴욕시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뉴욕 위생국 청사에 전시장이 마련됐습니다.조각품, 책, 그림, 오래된 전자기기까지. 희귀한 골동품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쓰레기에서 발견한 것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상태도 좋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녹취: 넬슨 모리나] “이 카세트 플레이어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최신 전자기기였습니다. 1970~80년대 건데요.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 작동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집에 가지고 와서는 당시 유명했던 가수인 프랭크 시내트라의 카세트를 넣어봤어요. 노래가 아주 잘 나오길래, 깨끗하게 닦아서 창고에 보관해 뒀습니다.”

쓰레기 수거원으로 일하며 뉴욕시의 보물들을 찾아낸 넬슨 모리나 씨는 쓰레기 수거원을 은퇴한 후 지금은 골동품 수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녹취: 넬슨 모리나] “저는 쓰레기를 수집할 때 감이 옵니다. 이 봉지 안에 뭔가 가치 있고 특별한 것이 있구나, 그런 느낌이 오죠. 그런 봉지는 그냥 쓰레기 트럭에 던지지 않고 따로 잘 들고 갑니다.”

이렇게 쓰레기 수집을 하며 찾은 보물은 무려 4만5천 점 가까이 됩니다. 넬슨 씨는 이 작품들을 전시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는데요. 전시 장소는 바로 뉴욕시 위생국 청사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공공장소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비영리단체 ‘오픈 하우스 뉴욕’은 바로 위생국 청사의 주차장 2층 전 층을 전시실로 꾸몄는데요. 전시 책임자인 알리시아 그룰론 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알리시아 그룰론] “‘쓰레기 속의 보물’ 전시회는 쓰레기 속에 숨어 있던 뉴욕시의 역사를 보여주자는 목적이 있습니다. 뉴욕시와 뉴욕 시민들의 역사에 있어 마법 같은 순간들을 담고 있지요. 넬슨 씨가 수집한 약 4만5천 점의 보물 가운데 가장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면 미국의 이민사를 담은 약 300점에 달하는 전시물들입니다. 여기 이 전시물의 경우 독일에서 온 이민자의 여권으로, 1901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전시물을 보면 과거에 우리 뉴욕시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를 알 수 있죠.”

그뿐만 아니라 넬슨 씨의 수집품 가운데는 오래된 사진들도 많이 있는데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사진들도 여러 점 있습니다. 이 사진들 역시 뉴욕의 역사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녹취: 넬슨 모리나] “여기 있는 이 초상 사진들은 각각 다른 시기에 찾은 것들입니다. 사진에 찍힌 연도를 보면 1901년, 1935년 것도 있고요. 또 여기 있는 일기장은 1922년도에 쓴 겁니다.”

그런가 하면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전시물도 적지 않습니다. 오래된 악기나 그림을 비롯해 1810년에 출간된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몰리에르의 전집도 모두 소장하고 있죠. 

하지만 넬슨 씨가 가장 애착을 갖고 모은 것들은 바로 장난감이라고 합니다. 

[녹취: 넬슨 모리나] “저는 남자 동생이 두 명, 여동생이 셋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워낙 가난하게 살아서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 때가 돼도 선물을 기대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동생들을 위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리로 나갔습니다. 1주일 전부터 동네 쓰레기장으로 가서 사람들이 버린 오래된 장난감들을 주워 오곤 했습니다. 그것들을 작은 가방에 넣어서 동생들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죠. 많은 아이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데요. 우리 동생들에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바로 저였던 겁니다.”

어릴 때부터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재능이 있었던 넬슨 씨는 사람들이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 것들도 마구 버린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넬슨 씨는 다른 사람은 그저 쓰레기라고 여기는 것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능력은 넬슨 씨 자신만의 것이지만, 자신이 수집한 보물들은 개인 소장품이 아닌 모두 뉴욕시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