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햄프셔주 의회.
미국 뉴햄프셔주 의회.

여러분, 어떤 걸 아주 오래도록 바라보면 그 모습을 닮는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좋은 걸 많이 보면 좋은 모습으로, 나쁜 걸 많이 보면 어느 순간 나쁜 모습이 되어 있다는 이런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통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19세기 미국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유명한 소설도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미국 동북부에 있는 뉴햄프셔주입니다.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뉴햄프셔주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라디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뉴햄프셔

뉴햄프셔주는 미국 동북부, 이른바 '뉴잉글랜드(New England)'라고 부르는 6개 주 중의 하나입니다. 뉴잉글랜드는 새로운 영국이라는 뜻이죠. 영국을 떠나온 미국의 선조들이 '뉴잉글랜드' 말 그대로 새로운 영국을 꿈꾸며 처음 정착한 곳이 지금의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메인, 그리고 바로 오늘 말씀드리는 뉴햄프셔주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은 미국 역사의 뿌리 같은 곳이고요. 미국의 발원지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기도 합니다. 뉴햄프셔주 역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인데요.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 관광청 공보관이 소개하는 뉴햄프셔주의 역사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저희 주의 역사는 '플리머스락(Plymouth Rock)'이라는 곳에 필그림, 청교도들이 처음 도착하고 3년 후인 1623년부터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해안가에 정착하기 시작했죠. 그곳에서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 후 해안가 주위로 정착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뉴햄프셔주가 되는 발판이 됐습니다. 뉴햄프셔라는 이름은 영국에 있는 햄프셔라는 지명에서 따온 겁니다." 

뉴햄프셔주는 또 미국의 독립운동이 시작된 곳입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첫 13개 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뉴햄프셔주죠. 계속해서 크리스 네일슨 공보관의 도움말입니다.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뉴햄프셔주는 독립전쟁에도 참여했었기 때문에, 저희 주의 역사는 미국의 독립정신과 관계가 많습니다. 뉴햄프셔주의 자동차 번호판에 적혀 있는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뉴햄프셔주의 구호이자, 뉴햄프셔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죠. 저희 주는 또 1915년, 농사를 짓느라 바쁜 사람들을 위해 미리 예비선거를 치렀습니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미국 최초의 예비선거가 '딕스빌노치(Dixville Notch)'라는 곳에서 있었습니다."

미국 대선 때면 가장 먼저 예비선거를 치러, 앞으로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로서 많은 주목을 받는 곳이 뉴햄프셔주인데요. 그런데, 그 이유가 원래는 농사 때문이었다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뉴햄프셔주 주민들,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하는데요. 뉴햄프셔주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김지영 씨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김지영 씨] "뉴햄프셔주가 대통령 선거할 때도 프라이머리, 예비선거 첫 번째 지역이거든요. 이전에 저희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뉴햄프셔주에서 대통령이 되면 미국 전체에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랬는데, 요즘은 좀 달라지긴 했어요. 그래도 지금도 대선 후보들이 특히 뉴햄프셔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요."

뉴햄프셔주의 면적은 약 2만4천km²,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면적 순위 46위고요. 인구는 2018년 현재 약 135만 명으로 인구 순위는 50개 주 가운데서 4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뉴햄프셔주의 날씨는 어떤지 뉴햄프셔주 주민 김지영 씨에게 물어봤는데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녹취: 김지영 씨] "이곳 날씨가 반은 여름이고, 반은 겨울이라고 보시면 돼요. 봄, 가을은 굉장히 짧고요. 그런데 이 뉴잉글랜드지방의 날씨가 뉴햄프셔주를 포함해서 사실 굉장히 변화무쌍해요. 그래서 이곳 날씨가 마음에 안 들면 5분만 기다려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날씨가 워낙 변덕이 많아서요"
뉴햄프셔주의 1년 평균 최고 온도는 섭씨 15도 정도, 최저 온도는 1.5도 내외라고 하네요. 
 
뉴햄프셔주의 주도는 '콩코드(Concord)'라는 곳으로 인구 약 4만3천 명 되는 작은 도시고요. 가장 큰 도시는 남쪽에 있는 '맨체스터(Manchester)'라는 곳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김지영 씨 도움말입니다. 

[녹취: 김지영 씨] "맨체스터가 뉴햄프셔주의 중심 도시입니다. 옛날에 유럽에서 이민을 많이 왔어요. '메리맥 강(Merrimack River)' 양쪽으로 해서 돌로 된 방직 공장들, 100년 된 건물들이 죽 들어서 있어요. 공업 도시로 굉장히 유명했는데요. 지금은 이런 방직공장에서 기계 부품 같은 제조공장으로 산업이 바뀌었습니다."

뉴햄프셔주가 영국의 햄프셔 지방에서 따온 이름인 것처럼 맨체스터도 영국의 도시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흥미롭게도 영국 맨체스터 역시 19세기 섬유와 방직 산업이 굉장히 발전한 도시였죠. 

뉴햄프셔주의 별명은 화강암이 많아서 '화강암의 주'라고 합니다. 미국 가정에서는 부엌의 조리대를 이런 화강암으로 꾸며놓은 집이 많은데요. 그래서 뉴햄프셔주는 요즘 이 화강암 관련 산업이 활황을 맞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다른 첨단 산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저희 주에는 아주 큰 항공 우주 산업단지가 있습니다. 저희 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산업 가운데 하나죠. 저희는 또 생명과학 쪽에도 힘쓰고 있는데요. 이 분야와 관련해 의료기기 제조업도 매우 발전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이 쓴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로 잘 알려진 미국 뉴햄프셔주 프랑코니아 주립공원 내 자연암석인 '산의 노인(The old man of the mountain)'상이 붕괴되기 전의 모습.
19세기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이 쓴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로 잘 알려진 미국 뉴햄프셔주 프랑코니아 주립공원 내 자연암석인 '산의 노인(The old man of the mountain)'상이 붕괴되기 전의 모습.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옛날 미국의 어느 깊은 산골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취미가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틈만 나면 산 중턱 마치 사람 얼굴 모습을 한 바위를 쳐다보는 일이었습니다. 언젠가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생긴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날 거라는 어머니의 말씀 때문이었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소년이 할아버지가 되도록, 큰 바위 얼굴을 가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어느 날 동네 사람들은 이 소년, 아니 이제는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이 된 이 소년의 얼굴에서 자애롭고 인자하며 위엄있는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19세기 미국의 유명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내용입니다. 

소설 내용도 재미있고 교훈적이지만, 정말로 소설 속에 나오는 그런 큰 바위 얼굴이 정말 있는 걸까?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기도 하고요. 사우스다코다주에 있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상이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뉴햄프셔주에는 실제로 그런 바위가 있었다고 해요. 크리스 네일슨 공보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큰 바위 얼굴은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을 한 바위입니다. 전문가들 말로는 무려 1만 년도 더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바위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슬프게도 지난 2003년에 붕괴됐습니다. 큰 바위 얼굴은 지금도 뉴햄프셔주의 운전면허증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뉴햄프셔주의 상징이자 유명한 관광명소였습니다."

뉴햄프셔주 주민 김지영 씨도 큰 바위 얼굴은 한국에서 가족, 친지들이 오면 늘 구경시켜주던 대표적인 관광지였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지영 씨] "그 전에 많이 갔었어요. 사람들이 오면. 정면이 아니고 옆얼굴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2003년에 그냥 침식이 돼서, 이곳이 워낙 춥고 덥고 얼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보존하는 방법을 알아본다고 했는데 그냥 붕괴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이곳 사람들의 자존심이 대단해서,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모조품은 안된다,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 해서 그냥 상징으로 남아있어요."

많은 사람에게 묵직한 교훈을 전해줬던 큰 바위 얼굴, 그래서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이제 시간이 다 됐는데요. 다음 주 뉴햄프셔주 이야기 좀 더 들려드리기로 하겠고요.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오늘도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