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슬람 구호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라마단 기간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눌 식료품 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미국 이슬람 구호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라마단 기간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눌 식료품 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이슬람 신도들이 성스러운 달, 성월로 여기는 라마단이 시작됐습니다. 미국에선 5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한 달간인데요.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 신도, 즉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과 금욕 생활을 하면서 신앙을 다지고, 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 이슬람구호센터(Islam Relief USA)’라는 민간단체에서는 라마단 기간이 되면 수천 개의 식료품 상자를 만들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고 있다는데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에 있는 미국 이슬람구호센터를 찾아가 보죠. 

라디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라마단 식료품 상자 나눔...연방의원들의 친선 축구시합

“첫 번째 이야기, 사랑과 정성, 식료품이 한가득…라마단 상자 나눔 행사”

 [현장음: 이슬람 구호 센터]

말리카 아부마렉 씨가 ‘미국 이슬람구호센터’에서 보내온 상자에서 식료품들을 꺼내고 있습니다. 모로코에서 왔다는 아부마렉 씨, 다섯 식구가 한동안은 먹을 걱정이 없게 됐다며 좋아하는데요. 

[녹취: 말리카 아부마렉]

쌀과 설탕, 기름 등 가장 기본적인 식료품들이 다 들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웃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이슬람 구호 센터의 타하니 자바린 복지국장은 라마단 상자를 받아 가는 사람들은 저소득 중남미계 가정에서부터 시리아나 이라크 등지에서 온 난민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타하니 자바린]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시리아 출신 난민들입니다.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픈 게요. 대부분의 가장이 직업을 찾고 있고 심지어 석사 학위까지 가진 경우도 있지만, 미국에서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이런 가정은 직업이 없으니까 소득도 없고, 당연히 먹을 것도 부족하겠죠. 우리는 그런 가정을 우선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라마단을 앞두고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이슬람구호센터를 찾아 식료품 상자 만들기 봉사에 참여합니다. 수천 상자 가운데 일부는 이슬람과 관련이 없는 자선 단체에 기부해 종교와 상관없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사이드 두라] “우리는 종교나 피부색, 신념에 상관없이 돕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명 가운데 하나예요. 따라서 오늘 만드는 상자들 역시 라마단 기간에 나눠지겠지만, 이슬람을 믿지 않는, 다른 종교를 가진 이웃들도 상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쌀처럼 기본적인 것은 물론, 각종 통조림 음식과 말린 과일, 잼 등 커다란 상자 안에는 갖가지 먹을 것이 가득 들어가는데요. 상자에 식료품을 넣고 포장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녹취: 자원봉사자들]

다른 사람을 돕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지만, 특히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 자원봉사를 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녀부터, 이슬람의 핵심 교리 가운데 하나가 자선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뿐이라는 여성까지... 봉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기쁨이 묻어납니다. 자원봉사자 해나 벤사딕 씨는 온 가족이 함께 왔다고 했는데요.

[녹취: 해나 벤사딕] “우리 가족은 집에서 센터까지 5시간을 운전해 와서 지금 봉사를 하고 있어요. 저는 늘 사람들의 일상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라마단 기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식료품 상자야말로 많은 사람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믿습니다.”

상자를 만드는 사람들도 이렇게 기분이 좋지만, 묵직한 상자를 받아가는 사람들 역시 행복한 표정입니다. 

[녹취: 투리스 사디크] 투리스 사디크라는 이 여성은 이슬람구호센터가 이렇게 도움을 줘서 고맙다며 식료품 상자 덕에 라마단 기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해 했습니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해가 지고 나면 이웃들을 초청해 ‘이프타르’라고 하는 저녁 식사를 나누는데요. 이슬람 구호 센터의 식료품 상자 덕에 사디크 씨를 포함한 많은 무슬림들이 푸짐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의 한 축구장에서 연방 의원들의 친선 축구시합이 열렸다.
미국 워싱턴 DC의 한 축구장에서 연방 의원들의 친선 축구시합이 열렸다.

​​​​​“두 번째 이야기, 미 연방 의원들의 연례 친선 축구경기”

지난주 미연방 의원들이 워싱턴 D.C.의 한 축구 경기장에 모였습니다. 매년 열리는 연례 축구 대회를 위해서였는데요. 친선을 목적으로 열리는 대회지만, 열기만큼은 웬만한 프로 축구 대회 못지않았습니다. 

[현장음: 의회 친선 축구 대회]

민주당은 파란색, 공화당 의원들은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정치적 의견이 달라 의사당 안에서는 자주 부딪히는 이들이지만, 이날 축구 경기장에서만큼은 한마음으로 모였습니다. 

[녹취: 루벤 키윈 의원]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 축구를 뛰기 위해 이 자리에 왔죠. 하지만 사실 제가 여기 온 데는 더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대회가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대회라는 점인데요. 오늘만큼은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하나가 되어서, 같은 목적을 위해 경기를 치를 예정입니다.”

네바다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의 루벤 키윈 하원 의원의 목소리를 들으셨는데요. 의원들의 친선 축구 대회는 올해로 6회째를 맞았습니다. 미국 축구 연맹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의원들과 전직 프로선수들이 같이 팀을 이뤄 친선경기를 진행하는데요. 미국 프로 축구 선수로 뛰다 은퇴한 코비 존스 씨에겐 친선 축구 대회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코비 존스] “저 같은 전직 프로 선수가 연방 의원들과 함께 축구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TV를 통해 법안을 논의하는 모습만 보던 의원들과 함께 몸을 부딪쳐 가며 축구를 하다 보면, ‘의원들도 평범한 사람들이구나’,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정치인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거죠.”

이렇게 의원들과 전직 선수들의 열띤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 지역의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인데요. 의회 친선 축구 경기를 통해 모아진 기금은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미국축구재단의 에드 포스터 시미언 최고경영자(CEO)는 ‘코치-멘토’라고 불리는 축구 감독 겸 상담가들이 아이들을 돕는 ‘성공을 위한 축구(Soccer for Success)’프로그램에 대회의 수익금이 쓰인다고 했습니다. 

[녹취: 에드 포스터 시미언] “축구를 통해 양당 의원들이 하나가 되는 기회를 갖는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좋은 목적을 위해 이렇게 함께 뛰는 의원들이 고맙기도 하고요. 올해는 ‘성공을 위한 축구’ 프로그램을 통해 미 전역에서 약 7만 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날 경기는 민주당이 5-4로 공화당을 1점 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우승에 상관없이, 양당의 의원들은 같은 목적을 위해 뛰었다는데 환호하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