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메 바이니 선수. 미국의 첫 흑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메 바이니 선수. 미국의 첫 흑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이야기, 김현숙 입니다. 오는 2월 9일, 한국 평창에서 개막하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각국의 겨울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이 막바지 준비에 한창입니다. 이곳 미국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들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한 명이 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에 출전하는 마메 바이니 선수인데요. 화제의 선수를 만나러 미 동부 버지니아주의 한 스케이트장을 찾아가 보죠. 

라디오
[구석구석 미국이야기 오디오] 첫 흑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첫 번째 이야기, 미국의 첫 흑인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선수 마메 바이니”

[현장음: 레스턴 스케이트장]

평일 오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스케이트 장으로 모여듭니다. 경기에 앞서 몸을 푸는 학생들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여학생. 바로 오늘의 주인공 마메 바이니 양인데요. 올해 17살인 마메 양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태어난 이민자입니다. 

[녹취: 크웨부 바이니]

“마메를 제가 이 스케이트장에 직접 데려왔습니다. 애가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지… 스케이트를 타면 에너지를 좀 해소할까 싶어서 데려왔어요. 첫날은 빙판 위에서 겁을 좀 내더라고요. 저도 사실 걱정이 됐어요. 애가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져서 머리라도 깨지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한번 시도해 본 겁니다.”

마메 양의 아버지 크웨부 바이니 씨는 딸이 스케이트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곧, 딸에게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크웨부 바이니] “마메가 스케이트를 곧 잘 타는 거예요! 배우자마자 너무 잘 타서 사실 좀 놀랐습니다.”

마메 양은 처음에 피겨 스케이팅을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메 양의 빠른 속도를 본 감독이 스피드스케이팅을 권유하면서 종목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유타주에서 열린 여자 500m 쇼트트랙 선발전에 나가 1등을 하면서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게 됐는데요. 그렇게 해서 17살의 마메 양은 미국 스피드스케이트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이자, 첫 흑인 국가대표선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녹취: 유수안 감독] “마메는 9살 때부터 쇼트트랙을 좋아했고 선수가 되길 원했어요. 주니어도 됐고, 지금은 국가대표 선구가 됐고 또 올림픽 선수가 됐죠. So proud of her!”

지난 8년간 마메 양을 가르친 한국계 유수안 감독은 마메 양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마메 양의 키는 이제 감독과 엇비슷한데요. 하지만 얼굴이나 말하는 건 아직 앳된 소녀입니다. 

[녹취: 마메 바이니] “저는 사람들이 스케이트가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얼음 위를 달릴 때의 그 속도감은 정말 끝내주거든요. 제가 아직 뭐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스케이트를 탈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고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그래요.”

마메 선수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이미 유명인사라고 합니다. 마메 양이 태어난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는 평생 눈을 구경할 수도 없다 보니 스케이트가 무척 낯선 운동이라는데요. 마메 선수는 고향 아프리카는 물론 전 세계 소녀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메 바이니] “아프리카에서는 스피스스케이팅은 물론이고 겨울 스포츠를 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대신 다른 걸 찾으면 되겠죠? 세계 어디에 있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고 또 그것으로 인해 행복한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고생으로서 2018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기회를 얻게 된 마메 양, 올림픽에서 어떤 전략을 쓸 건지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녹취: 마메 바이니] “빨리 달리고, 넘어지지 말자. 이것밖에 없어요.”

마메 양의 아버지 바이니 씨 역시 마메가 동계 올림픽을 마음껏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녹취: 크웨부 바이니] “집중만 잘 한다면 좋은 결과가 뒤따르겠죠. 그게 답니다. 다만, 큰 무대를 두려워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 딸은 당당하게 잘 하리라고 믿습니다!” 

딸이 미국 국기를 가슴에 달고 개막식에 입장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 이때까지 고생이 다 보상받을 것 같다는 바이니 씨, 딸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보너스로 생각한다고 하네요. 

“두 번째 이야기, 참전 군인들의 좋은 친구 늑대개”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미국에서는 늑대와 개의 교배종인 늑대 사냥개를 기르기도 합니다. 늑대 사냥개는 보기엔 일반 개와 큰 차이가 없지만, 가끔 늑대의 성향을 드러내다 보니 일반 가정에서 기르기엔 굉장히 힘든 동물인데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선 이 늑대개가 사람들을 위한 치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락우드 동물 보호 센터]

‘락우드 동물 보호센터’. 덩치 좋은 개들이 우리 안을 어슬렁거립니다. ‘욜리’는 9년 전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집에서 애완견으로 자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공격적인 성향이 나오고, 이웃집의 개나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일이 일어나면서 결국 이곳 락우드 동물 보호 센터로 오게 됐다고 합니다. 

락우드의 공동 창업자인 로린 린드너 씨는 늑대개를 사육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로린 린드너]

“욜리를 그냥 보면 일반적인 애완견과 똑같습니다. 귀엽고, 배를 만져달라고 이렇게 드러눕기도 하죠. 하지만 순식간에 공격적으로 돌변합니다. 만약 주인의 주머니에 있는 걸 갖고 싶다면, 인정사정없이 뺏어 가죠. 주인이 통제할 수가 없어요. 늑대 사냥개에는 늑대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행동을 예측할 수도 없고, 주인에게 복종도 하지 않고,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락우드 보호소에서 늑대개들은 인간들과 아주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데요. 바로 PTSD라고 부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참전 군인들의 치료사 역할을 하는 겁니다. 

[녹취: 매튜 시먼스]

“늑대개는 내면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을 거예요. ‘내가 늑대인가 아니면 개인가, 내가 야생 동물인가 아니면 애완동물인가’를 두고 내면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와 같은 해외 참전 군인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내가 남편인가 아니면 전투병인가, 매일 매일 내면의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해군으로 복무했던 매튜 시먼스 씨는 몇 년 전 퇴역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전쟁의 공포를 잊기 위해 한동안 술과 약물에 의지해 살았다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늑대 사냥개들과 교감하면서 정신적 충격에서 많이 해소됐고 PTSD도 거의 다 치료된 상태라고 합니다. 

지난 2009년 시작된 이 ‘늑대와 용사’프로그램을 통해 이때까지 35명의 퇴역 군인이 도움을 받았고, 늑대개들 역시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다는데요. 육군 퇴역 군인인 제임스 톰슨 씨는 늑대개는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가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톰슨]

“늑대개들을 만나러 올 때마다 저도 위로를 받지만, 저 역시 말 못 하는 늑대개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PTSD를 앓을 때 아무도 제 곁을 지켜주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제가 늑대개들의 곁을 지켜주고 싶어요.”

톰슨 씨가 늑대 울음 소리를 내자, 신기하게도 늑대개들 역시 화답하는데요. 퇴역 군인들은 늑대 사냥개들이 자신을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는 바로 그 순간부터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