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인근 알링턴에 있는 '쿠바 인스파이어즈(Cuba Inspires)'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워싱턴 DC 인근 알링턴에 있는 '쿠바 인스파이어즈(Cuba Inspires)'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는 '나는 미국인입니다' 시간입니다. 헤엄쳐 쿠바를 탈출한 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된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라디오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3)

고난과 역경을 뒤로하고 이제는 미국인의 한 명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며 살아가는 난민들의 이야기, ‘나는 미국인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현숙입니다.  

쿠바를 탈출하려는 이모를 배웅하다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엉겁결에 배에 올라탄 7살 소녀,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씨는 5일 밤낮을 바다를 떠다니다 미 해안경비대에 구조돼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미국에 온 지 1년 만에 이모가 자살하면서 제시 씨는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됐는데요. 하지만 지역 사회의 후원자들 덕분에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죠. 후원자의 지원으로 플로리다 주 탬파의 유명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며 오페라 가수의 꿈을 꿈꾸던 제시 씨는 한 후원자가 주최한 정치행사에서 인생을 바꿀 한 사람을 만났는데요. 바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녹취: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보면서, 나도 워싱턴 DC 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역 사회의 도움을 엄청 많이 받고 자랐잖아요? 늘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받은 사랑을 미국인들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보고 나도 이 변화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탬파를 떠나 워싱턴 DC로 갔어요. 그리고 2009년 2월 5일부터 저의 출신 지역인 플로리다 탬파 지역구를 대표했던 캐시 캐스터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20살의 나이에 이렇게 의회에서 일하게 된 제시 씨는 하지만 2012년 교통사고가 크게 났습니다. 외상성 뇌 손상을 입어 움직이기는커녕, 말하는 것도, 쓰지도 못했던 제시 씨는 평생 장애를 갖게 될 것이라는 의사들의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야말로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기 위해 하나님이 주시는 고난이라는 믿음으로 4년의 재활과정을 이겨냈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시 씨에게선 교통사고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현장음: 쿠바 인스파이어즈 사무실]

젊은 기업인들의 사무실이 몰려있는 건물, 제시 씨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합니다.직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 제시 씨, 미국 고객들의 전화, 또 쿠바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바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제시 씨는 쿠바의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의 ‘쿠바 인스파이어즈’라고 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입니다.

 [녹취: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쿠바 인스파이어즈’는 사회적 기업으로, 편안하고 안전한 쿠바 여행을 주선하는 일을 하는 일종의 여행사입니다.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학교, 민간단체, 일반 여행객들 고객층이 무척 다양하죠. 일반 여행사와는 달리 우리 회사는 고객들이 원하는 쿠바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맞춤 여행 일정을 짜고요. 또한, 쿠바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반 여행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하고도 있습니다.”

일반 여행사에서 경험 못 하는 특별한 경험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걸까요?

[녹취: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한번은 제가 쿠바에서 직접 고객들을 인솔하고 있는데 한 분이 갑자기 쿠바의 우리 가족을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당연하죠!”라고 말하곤 우리 가족, 친척들을 다 모아 여행객들과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미국 여행객들에겐 쿠바의 겉핥기가 아닌 진짜 쿠바 사람, 진짜 쿠바 문화를 즐기는 기회를 제공하고요. 쿠바 현지인들 역시 미국인 여행객들과 직접 만나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제공하는 겁니다.”

특히 쿠바 인스파이어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사회적 기업이란 기업의 이윤도 취하지만, 사회적 목적이 뚜렷한 회사를 말하는데요. 여행객들이 쿠바를 여행하면서 동시에 쿠바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들을 기획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일정에 고아원 방문을 넣어서 여행객들이 직접 쿠바의 고아원을 둘러보고 후원할 수 있게 주선하죠. 우리는 기업 이윤의 10%를 쿠바로 환원합니다.”  

직장에서 만난 제시 씨는 활력과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기업 경영이라곤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성공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제시 씨는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된 소중한 2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제가 의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했잖아요? 의회에서 일했던 것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특히 쿠바 같은 특수한 지역과 연관 있는 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요. 또 한가지 도움이 된 경험은 바로 제가 경험한 끔찍한 교통사고예요. 사고를 통해 겸손해지고 신앙심이 깊어지게 된 것 같아요. 쿠바와 미국의 다리를 놓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하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을 시작했는데 주위에서 얼마나 많은 분이 도와주셨는지 몰라요. 저는 작은 것에도 감사했고 그렇게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니까 사업이 절로 잘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일하는 제시 씨의 모습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었습니다. 회사 부사장인 마르코 씨는 상사이자 친구인 제시 씨 덕분에 쿠바 출신으로 오해받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녹취: 마르코 부사장] “‘쿠바 인스파이어즈’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제시 씨는 직원을 뽑으면 제일 먼저 쿠바로 보내요. 직원들이 먼저 직접 쿠바를 경험하고 느껴본 이후에 고객들에게 자신이 느낀 감동과 즐거움을 전하라는 겁니다. 저는 독일에서 온 이민자인데요. 사람들이 쿠바에서 온 줄 착각할 정도로 쿠바에 푹 빠졌어요. 제시 씨는 이렇게 모든 직원이 같은 열정으로 일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죠.”

마르코 씨는 또 제시 씨에겐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마르코 부사장] “제시 씨는 정말 대단한 여성이에요. 나이는 20대 후반이지만, 보통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이미 많이 경험한 사람이잖아요? 저도 같은 이민자로서 제시 씨를 보면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제시 씨는 또 직원들에게도 늘 따뜻하게 잘 해주는데요. 가끔은 불 같은 면이 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제시 씨를 ‘폭죽’이라고 불러요. 언제 불꽃이 튈지 모르죠. 아마도 쿠바의 열정을 타고나서 그런 거 같습니다.”

쿠바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제시 씨와 직원들 덕에 회사는 성장을 거듭해 갔습니다. 2016년 6월에 문을 연 회사는 어느덧 1주년을 맞았고 현재 워싱턴과 플로리다에 위치한 3개의 사무실을 올해 2개 더 늘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직원 역시 현재 30명에서 2배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제시 씨는 무엇보다 자신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 모든 꿈이 실현 가능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미국은 이민자들과 외국인들, 난민들이 세운 나라죠. 그들이 가져온 문화가 융합된 나라가 미국이자, 그들의 모든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바로 또 미국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보세요. 부모도 없이 배를 타고 미국에 오게 된 난민 소녀가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남부럽지 않게 성장하고, 또 이렇게 기업체의 대표까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미국이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저라고 생각해요.”

네, 미국에 정착한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나는 미국인입니다', 오늘은 쿠바 출신 사업가 제시 칼자도 에스폰다 씨의 세 번째 이야기와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제시 씨의 앞으로의 꿈과 계획은 무엇인지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김현숙이었고요.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