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체구에 금방이라도 툭 하고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이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이 땅의 평화는 결국 요원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 함께 해주세요.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평화를 향한 스물한 살 팔레스타인 소녀의 바람은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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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워싱턴에 있는 American University에서는 "One Voice“라는 NGO 단체와 함께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는 지인의 소개로 저도 참석할 수 있었는데요, 동행했던 친구들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으로서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라 제겐 무척이나 뜻 깊었던 자리였습니다.

테러, 분쟁, 충돌이 난무하는 가나안 땅. ”One Voice"는 그 피의 역사를 종식하고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비정부기구 입니다. 그 어떤 정치적 노선과도 결탁하지 않고 순수하게 두 나라 간의 평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두 시간 남짓 계속된 “One Voice" 소개와 참가자들이 함께한 토론회. 그리고 짤막하게 이어진 한 팔레스타인 소녀의 고백은 제게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My mother told me this morning. Let them know, we are not terrorist. Let them know we want peace. Speak to them, we have family. Speak to them, we have friends as well."

그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랜 분쟁. 아버지가 이스라엘에 납치되어 수십 년간 떨어져 살아야 했던 팔레스타인 친구,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조국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또래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저는 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그리 멀지만은 않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창피스러울 만큼 무지했던 피의 역사.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관해 꼭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개념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 피의 역사 속으로..

* 분쟁의 역사 : 유대인들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로마에 의해 나라가 망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기 전까지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았습니다. 즉,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 초생 달 모양의 팔레스타인 지역은 그들의 옛 고향이자 그들의 선조가 묻혀 있는 땅으로 성서의 무대이지요. 유럽에서 유대인을 배척하고 엄청난 학살이 자행되기 시작하자 유대인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예전의 고향으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엔 이미 아랍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고, 당시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해 살고 있던 아랍인들은 유대인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바로 ‘팔레스타인 난민’입니다. 이때부터 팔레스타인 땅을 둘러싼 아랍인들과 유대인들의 싸움이 본격화 되었고, 아직까지도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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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의 동해안 일대를 가리키는 지역명입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이 바로 이곳이지요. 1948년의 팔레스타인 전쟁 및 1967년의 제3차 중동전쟁 결과 현재 이 지역의 80%는 이스라엘 영토로 귀속되어 있습니다.

* 시오니즘 :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입니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예루살렘 중심부의 ‘시온’이라는 약속된 땅에 그들만의 국가를 성립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더욱 강성해진 시오니즘으로 아랍인들과 시온주의자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연합은 팔레스타인을 아랍 국가 및 유대 국가로 각각 분할할 것과 예루살렘을 국제화할 것을 제안 하였고, 1948년 5월 14일 미국의 강력한 지원 아래 유대인에 의한, 이스라엘 국가가 정식으로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 :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에 의한 나라가 건설되자 아랍인들은 곳곳에서 저항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64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Palestine Libreation Organization” 이라는 공식 기구 결성되었고, 1969년 아라파트가 PLO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수십 건의 항공기 납치, 뮌헨올림픽 대학살, 자살특공대의 차량폭탄테러 등을 통해 악명을 떨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끌어내었습니다. 현재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로 변신해 존속하고 있으며, 1998년 유엔은 PLO를 사실상 국가로 격상시켰고, 이에 따라 현재 PLO는 유엔에서 연설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하마스 : 하마스는 ‘용기’라는 의미로,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이슬람 저항운동단체 입니다. 수니파의 원리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의 목표는 팔레스타인의 해방 및 이슬람 교리를 근본으로 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간의 그 어떤 평화협상도 반대하고 이를 위해 테러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압승을 거두고 하마스 출신의 지도자가 공식 총리로 임명되자 이스라엘 및 서방세력으로부터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 분리장벽 :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테러 공격 차단을 명분으로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 중인 장벽입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보안장벽’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팔레스타인은 이를 ‘분리장벽’이라고 부르며 팔레스타인 영토를 잠식하려는 이스라엘의 계략이라고 규탄하고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04년 분리장벽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했지만 현대판 ‘베를린 장벽’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공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670km에 이르는 이 분리장벽이 완성될 경우, 기존 팔레스타인 땅의 10.1%가 이스라엘 쪽으로 들어가게 되어 분리장벽은 향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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