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주 4회에 걸쳐 북한 전문가들의 특별 기고문을 게재했습니다. 주민들은 장마당 경제와 정보 유입을 통해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데, 북한 정권은 오히려 통제를 강화하며 거꾸로 돌아가려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어떤 견해를 밝혔는지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북한 주민들에 초점을 맞춘 특집 기획을 내보냈군요.

답) 네, 지난 12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피터 벡 스탠포드대학 아시아연구센터 연구원과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 케이 석 휴먼 라이츠 워치 북한 연구원, 그리고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의 기고문을 차례로 실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9년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2백 10만 부의 신문을 발행하고, 전세계적으로 40만 명의 온라인 유료 독자를 보유한 유력지 입니다.

문) 이 신문은 그동안 북한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종종 전문가들의 기고문을 게재해오지 않았습니까? (네) 하지만 이렇게 특집으로 4명의 기고문을 연쇄적으로 기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특집은 최근 전문가들이 북한 내 인간 안보에 관심을 갖는 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에 전해드렸듯이 캐나다의 북한인권위원회와 영국의 채텀하우스 등이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북한의 ‘인간 안보’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를 준비 중입니다. 인간 안보는 북한 주민의 인권 뿐 아니라 주민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안보와 경제 문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문) 그럼 전문가들이 어떤 견해를 밝혔는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답)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와 장마당 경제를 통해 의식이 깨고 있는데, 북한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북한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정권의 수명은 더 단축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문) 외부 정보 유입이 최근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같군요.

답) 네, 피터 벡 연구원은 특히 기고문에서 북한이 더 이상 외부와 고립된 나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중심에는 외부의 대북 라디오 방송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1백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방송을 듣고 있다는 여러 설문조사와 연구 결과를 볼 때 정부의 정보 통제력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겁니다. 벡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벡 연구원은 대북 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들이 제대로 출판되거나 공개되지 않아 국제사회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에 기고문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문) 경제학자인 놀란드 박사도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언급했군요.

답) 네,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정부의 정책도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겁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이 화폐개혁과 장마당 단속 등으로 통제를 강화하면서 식량난은 가중되고 주민들의 불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장마당이 그 중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기능 뿐아니라 정보가 활발히 오고 가는 곳이 바로 장마당인데, 여기에 북한 아줌마들이 주목을 받고 있군요.

답) 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북한 아줌마들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여성이 북한 장마당 경제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공식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 란코프 교수는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나요?

답) 여성들이 남성 보다 시장 거래에 익숙하고, 행동에 대한 제약이 적으며,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이란 겁니다. 1990년 대 고난의 행군이 북한 아줌마들의 강인함과 정보력을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는 거죠. 요즘 북한의 세태를 우스개 소리로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에서 남성과 강아지의 공통점은 일하지도 않고 돈도 벌지 않으면서, 집에 머물며 도둑이 못 들어오도록 집을 지킨다는 겁니다.

문) 옛 동구 공산국가들의 개혁은 남성들이 주도했는데, 북한은 이례적으로 여성들이 비사회주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답) 네, 란코프 교수는 사실 오래 전부터 북한 변화에 여성들이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장마당 아줌마들이 벤츠 타는 간부들을 이길 것”이라고 거듭 전망했는데요. 란코프 교수는 기고문에서 북한 정부가 여성들이 주도하는 민간 경제에 제약을 가하려 하지만 2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아줌마들의 힘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 정부가 결단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글도 흥미롭군요

답)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정부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고지식한 옛 주민들이 아니란 점을 북한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북한 주민들이 예전과 굉장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정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된 것인데요. 그래서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불만을 예전처럼 통제하기가 더 이상은 어려울 것이란 얘깁니다.”

북한 정부는 경제난이 외부의 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정부의 화폐개혁으로 경제가 더 악화됐기 때문에 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고 불만만 높아졌다는 겁니다.

문) 그럼 북한 정부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건가요?

답)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는 세계식량계획(WFP)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적대계층에 대한 분배 상의 차별을 없애라는 겁니다. 북한 정부가 이런 용단을 내리지 않고 주저하면 대규모의 비극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거죠. 마커스 놀란드 박사는 북한 정부가 외부의 원조를 받고 주민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며 한동안 시대착오적인 공산주의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차기 지도자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근본적인 개혁개방과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후계자가 모든 후과를 물려받게 된다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