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대북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던 한 탈북자가 지난 2월 북-중 국경 지역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피랍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지난 2월 억류 중이라고 발표한 한국 국민 4명에 이 탈북자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 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19일 “자유북한방송 소속 탈북자 이모 씨가 지난 2월19일 오후 9시쯤 단둥 압록강변에서 북한 공안 당국에 붙잡혀 배로 북한 쪽으로 끌려갔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북한 내부 통신원으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확인했다”며 “이 씨는 당시 북한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이 중국 쪽으로 건너오길 기다리고 있었으며,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가 북한에 선이 있다 보니깐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내부 협조자에게 요청했고 18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북측에서 일이 생겨서 하루 늦추자고 요청해와서 19일 날 붙잡힌 거죠. 처음엔 심증만 있었는데 후에 북한 내부 통신원이 이를 확인해 줬습니다.”

지난 2008년 12월 한국에 입국한 이 씨는 중국 단둥 지역을 오가며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으로 일해왔습니다.

김성민 대표는 “북한 공안 당국이 이 씨가 자유북한방송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씨가 정탐 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곧 발표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 씨의 실종 신고를 받고 북한이 지난 2월 억류 중이라고 발표한 한국 국민 4명에 이 씨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 중에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국정원과 통일부, 경찰청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나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26일 불법 입국한 한국 국민 4명을 억류, 조사 중이라고 밝힌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이들의 신원에 대한 어떤 정보도 한국 정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그동안 탈북자를 남한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탈북자인 이 씨가 남한 주민 4명에 포함됐는지 의문스럽다”면서도 “북한이 탈북자들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이 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됐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23일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내 탈북자 단체들을 거론하며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첫 번째 처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교류협력 전담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는 이번 담화가 위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임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의 양대 보안기관인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도 지난 2월8일 사상 처음으로 연합성명을 내고 북한에 대한 정탐 행위 등을 문제 삼으며 “불순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 성전”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내 대북 단체들과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탈북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09년 한국에 입국한 국경경비대 출신의 김일현 씨는 “북한 입장에선 수령을 배신한데다 내부 소식을 외부에 알리는 탈북자들을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행을 기도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국을 반역했고 수령을 배신하고 나라를 버리고 가는 탈북자들을 강하게 단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행을 하다 적발된 탈북자들은 중국행과 달리 더 가혹한 처벌을 받습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소식지를 통해 “탈북자가 많이 발생하는 함경북도 등 국경 지역에서 북한 보안기관과 국경경비대의 합동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