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폐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자 공급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북한 김정일 정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보수적인 경제정책과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경제난에 대처하고 있다고, 한국 경남대학교 북한개발 국제협력센터의 최창용 연구원이 주장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7일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북한이 1990년 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3년 주기로 경제정책의 변화를 모색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7.1 경제관리 개혁 조치 등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펼친 반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다시 시장을 통제하는 등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원은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정권은 계획과 생산, 배급 등 경제의 모든 부문을 완전 통제할 수 있었고, 식량 등 필요한 것을 국가로부터 제공받던 북한 주민들도 정부의 지시와 통제에 순순히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 이후 주민들은 스스로 살 길을 마련해야 했고, 북한 정권도 주민들의 이런 움직임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경제개혁 조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원은 이 때 북한 정권은 시장을 단순히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로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확대되자 다시 시장을 단속하는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경제는 현재 중대한 기로에 들어섰다고, 최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한 2012년까지 어느 정도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이 계속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최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시장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지난 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자 공급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최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식량 등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앞으로도 계속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원은 북한 정권도 물자 공급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물자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정권이 과연 효과적으로 물자 공급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일부 개혁정책을 수용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