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나왔습니다.

문) 김연호 기자, 미국 정부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가 발표된 게 9년 만이죠?

답) 그렇습니다. 냉전이 끝난 이후 세 번째 보고서인데요, 지난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서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핵 태세 검토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 동안 미국이 펴나갈 핵 정책의 기본방향을 담고 있는데요, 지난 2008년 연방 의회에서 보고서 작성을 규정한 국방예산수권법안이 통과된 뒤에 국방부와 국무부, 에너지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해 완성했습니다.

문)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답) 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핵 태세 검토보고서의 핵심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문) ‘핵무기 없는 세상,’상당히 야심 찬 목표가 아닐 수 없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이 나왔습니까?

답) 핵무기가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낮추고 핵무기 수도 줄인다는 게 핵심입니다. 미국이 이렇게 앞장을 서면 다른 나라들의 핵 군축을 독려할 수 있고 핵 비확산 체제도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입니다.

문) 핵무기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게 됩니까?
 
답) 핵 태세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사활이 달린 극단적인 경우에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공산국가들의 대규모 재래식 무기 공격에 대해서도 미국은 핵무기로 반격하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적의 화학‧생물 무기 공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핵무기 이외의 공격에 대해서는 핵무기의 역할을 줄일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여건 조성이 안됐지만 궁극적으로 핵무기의 역할을 핵 공격 억지로 한정시키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의 적대국들 중에서 핵무기가 없는 나라들의 안보환경이 크게 달라지겠군요.

답) 적어도 미국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겠죠. 하지만 비확산 의무가 관건입니다. 보고서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고 비확산 의무를 이행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고 핵 공격 위협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는데요, 반대로 핵 확산에 연루된 나라들에는 이런 원칙이 적용될 수 없겠죠.

문) 오바마 행정부가 핵 확산 문제를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핵 테러와 확산 방지가 미국 핵 정책의 최대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냉전이 끝난 뒤 핵전쟁의 위험이 크게 줄어든 반면 테러집단의 핵 공격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겁니다. 따라서 핵무기 능력이 확산되는 걸 막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핵무기 수도 줄이기로 했는데, 얼마나 줄인다는 겁니까?

답) 냉전이 끝난 뒤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 핵무기를 약 75%나 줄였지만 아직도 핵 억지에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핵무기 운반체제, 그러니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전략 핵 폭격기를 크게 줄일 계획인데요, 지난 1991년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맺으면서 합의한 수준의 절반으로 낮춘다는 게 미국의 목표입니다.

문) 미국은 이미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의 후속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두 나라 정상이 내일 후속 협정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두 나라는 현재 배치된 장거리 핵탄두를 30% 가량 감축해서 각각 1천5백기의 핵탄두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문) 미국이 이렇게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고 핵무기 수도 줄인다면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믿고 있던 동맹국들이 불안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답) 핵 태세 검토보고서가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공약을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계속 보여줄 것이라며, 여기에는 확장 억지력의 지속적인 제공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동맹국들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무기로 응징하겠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은 잠재적인 적을 억제하고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효과적인 핵무기를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