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의 체제 불안정에 관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지난 해 11월 단행된 화폐개혁이 실패하고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늘면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신문은 지난 31일 북한 체제가 최근 들어 약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90년대에도 북한이 식량난과 주변정세의 불안 때문에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의가 제기된 바 있었지만 북한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당시 북한 당국이 정보와 여행, 교역을 엄격히 통제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강력한 처벌에 대한 공포를 심어 체제를 유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가 불거졌고, 지난 해 11월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시장 활동이 멈춘 뒤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지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손전화를 통해 내부사정을 외부에 알리고,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DVD나 CD를 통해 북한에 밀반입되면서 북한 당국의 정보 통제 역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내부 요인들 뿐만 아니라 지난 해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실시된 유엔 안보리의 제재도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권력층을 분석해온 학계와 연구단체, 군 전문가들이 북한 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벨기에의 민간단체인 국제위기감시그룹 (ICG)의 대니얼 핑크스턴 동북아 담당 연구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체제 붕괴 논의와 관련한 그 동안의 금기가 깨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공영방송 ` NPR’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권력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NPR은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김윤태 사무총장을 인용해 화폐개혁을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운을 권력 승계의 무대에 세운다는 북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전했습니다. 화폐개혁이 성공했다면 이를 김정운의 업적으로 선전해 자연스럽게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세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식량과 물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NPR은 전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소극적인 저항을 보였지만, 지금은 당국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고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NPR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