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1일) 황장엽 전 비서의 강연회를 취재한 김영권 기자와 함께 현장 분위기와 발언 내용 등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황 전 비서의 이번 미국 방문은 두 번째가 아닙니까. 분위기가 어떻던가요?

답) 황 전 비서의 이번 방문은 극비리에 추진됐습니다. 그런 만큼 워싱턴에서의 움직임 역시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강연장에서도 한국과 미국 당국이 제공한 경호원 등이 황 전 비서를 삼엄하게 경호했습니다.

문) 당초 미국의 민간단체 초청으로 이뤄졌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얘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답)네, 어제 행사를 주최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반도 담당실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황 전 비서를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초청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강연만을 담당했을 뿐 이후 일정 등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강연회에 미국 주요 부처의 대북 담당 관리들이 불참한 것으로 볼 때 정부 차원에서 황 전 비서의 일정이 잡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럼 어제 강연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석했나요?

답) 주로 전직 관리들과 민간 연구단체의 북한 담당 연구원들, 한국과 일본 대사관 관계자들, 언론사 기자 등 6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문) 황 전 비서가 워싱턴에서 이런 강연을 한 것은 처음이지요?

답) 그렇습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강연 인사말에서 워싱턴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공개적으로 만나 토론회를 갖는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반가워했습니다.

문) 황 전 비서는 올해 87살로 알려져 있는데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답) 고령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의견을 또렷이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청력이 매우 약해 통역자가 같은 질문을 두 세 번 반복해야 했고, 걸을 때 경호원의 부축을 받았습니다.

문) 황 전 비서는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최고위 관리인데요. 과거 북한 생활과 지금의 한국 생활을 어떻게 비교하던가요?

답) 북한 당국의 테러를 우려해 한국 정부로부터 경호를 받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자유롭고 소신을 말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에 있을 때 당 비서를 했지만 소신을 밝힐 수 없는 고급 노예와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황장엽: “이 중앙당 비서라는 것은 김정일에게만 복종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아요. 노예생활과 같다고요. 다만 우리가 고급 노예이지. 한 사람만 섬기는 고급노예이지 노예 생활과 같다고요. 아무런 자유가 없지요.”

문) 황 전 비서의 이번 방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북한 내 급변 사태 가능성과 대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황 전 비서의 의견은 어떻던가요?

답) 앞서 전해드렸듯이 중국이 지지하지 않는 한 북한에 급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현재로서는 김정일에 반대하는 세력이나 사상적 분열의 기반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북한 주민을 깨우는 사상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군대가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장엽: “일어날 수 있는 게 누구인가? 군대입니다. 아무리 쇄뇌교육을 자꾸 해도 군대는 원한의 뼈에 사무쳐있거든요. 한창 공부할 나이에 10년 13년씩 나가서 김정일 위해 죽는 연습만 하다가 끝나게 되면 탄광에 나가 또 그 생활하거든. 일생을 망치게 한다고요. 이 보다 더 큰 인권유린이 없어요. 사실 공개재판이요 공개총살이요. 그 것은 얼마 정도나 되겠습니까?”

문) 일부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 식민지로 삼거나 영토에 욕심이 있다는 지적도 하지 않습니까?

답)네 거기에 대해서도 황 전 비서가 언급을 했는데요.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에는 자원도 변변치 않고 산 밖에 없는데 13억 인구 때문에 고생하는 중국이 2천 3백만을 끌어 당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세계 여론만 악화시킬 텐데 현명한 중국이 그러겠냐는 것입니다. 중국은 다만 자유민주주의가 처음으로 중국 국경 압록강, 두만강까지 미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죠.

문) 황 전 비서는 미국 방문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다지요?

답) 네, 소식통들은 황 전 비서가 4일쯤 일본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전 비서는 어제 강연에서 북한 정부의 방해로 한-일 동맹이 약화되는 것을 막고 이를 강화하는 것을 돕고 싶다며, 일본인 납북자 가족이 요청하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전 비서는 그러나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취지에서 북한의 자유민주화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