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오는 5, 6월께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 내 농업 전문가와 대북 지원단체들은 외부 지원이 없을 경우 춘궁기를 전후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는 5, 6월께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박사는 31일 "북한의 올해 식량 수급은 중국으로부터의 지원 여부에 달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권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해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남한의 지원도 불투명한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대규모 식량 지원을 받아내지 못하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올해 북한의 식량 수급 전망'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을 경우 북한은 올해 1백만~1백20만t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북한 전체 주민의 석 달치 식량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권 박사는 최근 북한 내 쌀값 동향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시장을 허용하고 농민들이 쌀을 내다팔면서 일시적으로 쌀값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근본적으로 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시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내 대북 소식지들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만 해도 1㎏당 1천3백원 하던 쌀값은 지난 23일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권태진 박사는 "북한 내 식량 사정이 다급해지면서 중국 의존도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화폐개혁 이후 올 1월부터 두 달 간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늘어난 2억2천9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1월 한달 간 수입한 곡물만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과 탈북자들은 북한 내 식량 사정이 2007년부터 악화됐던 만큼 외부 지원이 없을 경우 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폐개혁 이후 가중된 식량난으로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에 탈북한 김정숙 씨는 "취약계층의 경우 춘궁기가 되면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을 먹는다"며 "하루 2끼만 먹어도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춘궁기에 힘들면 국수 죽이랑 풀이랑 뜯어다가 가루를 넣고 해서 죽도 먹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두 끼 정도 밖에 못 먹고 세끼까지는 못 먹어요. 최하층 주민들의 경우 하루 2끼 정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지요. 화폐개혁 이후에 통화해보니 현실이 형편없다고 합디다."

지난 23일 북-중 국경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제 구호단체인 기아대책 한명삼 사무차장은 "북한 주민들의 주식인 옥수수 생산이 예년에 비해 20% 정도 줄어든데다 장마당으로 식량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고 있어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에서 보따리상 조선족이나 현지 직원들과 만났는데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중국 보따리상들 조차 북한에 들어가길 꺼려하고 장마당 물품을 가지고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지난 해 옥수수 작황이 나빠 주식인 옥수수가 없어서 귀하다고 합니다. 옥수수를 아예 못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함경도에서 빵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지원단체 관계자는 "빵을 배급하기도 전에 공장으로 찾아와 빵을 달라고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고난의 행군 못지 않게 힘들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매일 빵을 학교로 보내주고 있어 중간에 빵을 받으러 오는 주민들이 이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식량난이 심하다 보니깐 빵 냄새를 맡고 주민들이 몰려오는 거지요. 아사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10년 전만큼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춘궁기가 시작되는 이달에서 5월까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상반기 내에 옥수수 1만 t이 지원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대규모 식량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