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단체들은 지난 주 미국 의회 상, 하원에 각각 제출된 탈북 어린이 입양 법안에 대해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실질적인 보호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에 대해 관심을 호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인데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법안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탈북 어린이 입양 법안이 미국 의회에 제출됐다는 소식을 제일 반긴 사람들은 중국에서 북한 어린이들을 직접 돌보는 선교 단체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한국에 본부가 있는 두리하나선교회 대표 천기원 목사는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법안 제출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저희 입장에서는 그 법안이 통과되고 아이들이 정말 미국에 갈 수 있다면 그 아이들에게 미래도 그렇고 환경도 그렇고 제일 좋은 소식이라 생각합니다.”

이 단체는 지난 해 여름까지 중국 동북지역에서 비밀리에 고아원 5곳을 운영하며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자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고아들, 부모가 사망했거나 강제북송된 가정의 자녀 수 십 명을 보호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고아원을 취재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이 지난 해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중국 당국이 고아원들을 모두 강제 폐쇄했습니다. 이 단체는 상황이 매우 위험하지만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못 본 체 할 수 없다며, 올 초부터 다시 고아원 2곳을 비밀리에 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 단체 링크(LiNK)도 법안 제출을 환영했습니다.

이 단체의 저스틴 윌러 부대표는 3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들은 일찍부터 정치권을 상대로 편지 보내기 캠페인을 통해 법안의 필요성을 압박해왔다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윌러 부대표는 링크가 중국에서 일부 탈북 고아들을 돌보고 있지만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북한자유연합 역시 환영을 표시했습니다. 이 단체의 수전 숄티 의장은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어린이들의 위기 상황을 꾸준히 미 의회에 알린 것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들이 태국 내 열악한 구금시설에서 미국행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는 상황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인권 침해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조속히 보호에 나설 것을 요구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공화당 소속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과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지난 주 같은 내용의 탈북자 어린이 입양 법안을 상원과 하원에 각각 상정했습니다.

이 법안은 가족이 없는 수 천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미국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 활동을 펼치고, 필요할 경우 입양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특히 주요 부처 장관들이 탈북 고아들의 입양을 촉진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 의회에 보고하고, 신분증이 없는 아이들이 고아임을 입증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대표는 탈북 고아들 뿐아니라 중국인 남편과 탈북자 부인 사이에 태어난 어린이들의 상황도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시골이니까 집도 초가집에 환경 자체도 워낙 열악하고 대부분이 부모님의 상황이, 쫓겨 다니는 엄마고 아빠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요.”

탈북자 엄마가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됐거나 도망친 가정의 많은 자녀들은 가정이 붕괴된 채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탈북 여성과 고아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기독교 선교사는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엄마가 없는 자녀들은 대개 중국 정부로부터 호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호구와 관계 없이 어린이들의 생활은 매우 열악하고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이들을 미국인들이 입양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법안을 채택해도 실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걸림돌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년 전 중국 연변 지역 내 탈북 여성 자녀들의 실태 보고서를 작성했던 케이 석 휴먼 라이츠 워치 북한 담당 연구원은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입양 절차가 매우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법적인 문제도 굉장히 복잡하고 북한 탈북 고아들 같은 경우에는 아마 대부분 북한에서 신분증 같은 것도 없이 나왔을 것이고, 특히 부모님이 실종됐거나 사망했을 경우에는 신분을 밝힐 근거가 전혀 없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중국에서 이런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 자체가 일단 법적인 문제에 걸릴 겁니다.”

중국 정부가 아이들의 출국이나 입양을 허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으로 아이들을 제3국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부담이 크며, 중국인 아버지의 허가만으로 아이들이 입양된다면 나중에 자녀를 찾는 탈북자 어머니가 나타날 경우 갈등 소지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석 연구원은 법안을 추진하는 관계자들이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들과 구체적인 논의를 걸쳐 진행해야만 법안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