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말 화폐개혁을 전후해 11개 경제 관련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국가 재정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화폐개혁을 전후로 11개 법률을 제,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해 11월3일 양정법과 농업법 개정을 시작으로 부동산관리법과 물자소비기준법, 종합설비수입법, 상수도법 등을 잇따라 제정했습니다.

개정된 양정법은 양곡 암거래와 밀주 행위를 금지하고, 적발될 경우 양곡을 몰수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 노동자나 사무원에게 식량을 공급할 때 노동 강도와 직종 등을 근거로 정해진 양을 따르도록 하는 조문도 추가됐습니다.

농업법의 경우 부업 토지를 이용하는 기관이나 기업소가 국가가 정한 기준만큼 알곡을 수확하지 못했을 경우 토지를 회수토록 명시했습니다. 이는 비효율적인 식량 공급이나 시장으로의 식량 유출로 인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또 부동산관리법을 통해 부동산 매매를 금지하고 사용료 징수를 법제화했습니다.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는 “불법적으로 거래돼온 토지를 통제하는 동시에 재정 수입도 확보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세금 징수가 잘 안 되는 측면이 있을 거고, 불법적으로 그동안 경작한 토지들의 양도 굉장히 많습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들을 이제 챙기겠다. 따라서 계획경제를 제대로 하겠다라는 의도로 보여집니다. 다시 말해 재정 수입과 계획경제 시스템 복원, 화폐개혁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물자소비기준법의 경우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자의 소비한도를 규정해 낭비를 줄이고 수입물자를 쓰지 않거나 적게 쓰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이와 함께 종합설비수입법은 국가가 공장과 학교 병원의 계획과 심의, 반입 작업에 개입하도록 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북한으로선 투입량을 늘리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생산에 필요한 물자를 국가가 통제해 공식 경제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또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에도 노동정량법과 농장법, 하수도법 등을 잇따라 제정했습니다.

노동정량법을 통해서는 단위시간당 제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을 정하고 그에 따라 노동결과를 평가해 보수를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기관의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기업소의 암묵적 동의 하에 근무현장을 이탈해 개인 상행위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이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농장법은 종자나 식량 등 정해진 수량만큼 남겨두고 국가에 팔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불법적인 농업 생산물 조성 행위를 금지토록 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박사는 “식량을 국가 통제 하에 둠으로써 식량공급 체계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암시장이나 불법 거래에 나가는 식량을 막기 위해서 통제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국가망으로 들어와 국영상점에서 거래되던 아니면 직매점으로 거래되든 간에 식량의 흐름을 국가에서 운영하는 통제하에 들여와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기 위한 거죠.” 

한국 내 관측통들은 북한이 화폐개혁을 전후로 대대적으로 경제 관련법 정비에 나선 것은 경제 분야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는 7.1조치 실패 이후 2005년부터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통해 장마당 시세에 맞춰 국정 가격과 임금을 인상하고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했으나 물가 상승과 빈부 격차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왔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만성적인 물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성과를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재로선 외부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안으로는 계획경제를 강화하고 밖으로는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라선시를 특별시로 제정하고 라진항을 중국에 개방하는 한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하고 국가개발은행 설립도 추진하는 등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기관이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