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국가에 체류하는 벌목공 출신 탈북자 5명이 넉 달 전 현지 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뒤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망명 신청자 가운데 1명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가 조속히 자신들을 수용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미국행을 신청하는 러시아 지역 내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벌목공 2 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미국 망명을 요청했고, 러시아 중부 지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 5명은 모스크바 주재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에 미국행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앙아시아에서도 탈북자 5명이 미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옛 소련방 국가에 머물고 있는 벌목공 출신 탈북자 최모 씨는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자신을 포함한 탈북자 5 명이 지난 해 11월 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고 대기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미국) 대사관에 찾아간 것은 11월이고요. 그 후 그렇게 면담을 두 번 하고 마지막 면담은 두 어 달 더 걸릴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최 씨는 미국 영사가 두 차례 접촉에서 왜 미국에 가고 싶은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며, 적어도 10년에서 15년 이상 정처없이 도망자 생활을 해온 자신과 동료들로서는 미국 정착을 원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 한 명이 (한국에) 가면 우리 북한에 있는 형제들이나 가족들이 몽땅 피해를 받습니다. 피해를 받는다기 보다 아예 죽습니다.”

한국인들로부터 차별과 수모를 당하기 싫으며, 한국에 가면 자신의 정보가 북한 당국에 들어가 가족들이 어려움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최 씨는 일반 탈북자들과 달리 자신들은 러시아와 현재 머물고 있는 나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이 탈북 난민들에게 주는 혜택의 차이도 인터넷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탈북 난민들에게 정착금과 장려금, 임대 아파트, 주민등록증을 바로 지급하지 않으며, 일반 난민들과 같이 평균 석 달 정도의 정착 교육과 영어 수업, 아파트 월세와 식비, 교통비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3월 초 현재 94명의 탈북자가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했지만, 벌목공 출신은 2008년 입국한 한모 씨 등 2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씨는 1990년 대 중반 러시아 아무르 주 제2 벌목소에 배치돼 일하던 중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에 불만을 품고 2000년에 벌목소를 탈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러시아 중부지역에서 불법 체류자로 막노동을 하며 지내다가 5년 전 현재 머물고 있는 나라로 옮겨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로부터 임시난민증을 발급받은 뒤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 정착한 러시아 극동지역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은  벌목공들이 겨울에는 영하 30-40도가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하루 12-15시간 이상 작업을 하는 등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최 씨는 자신과 동료들이 아직도 동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친구 한 명은 결국 몇 해 전 숨졌다며, 20대 한창 나이에 이국 땅에 와서 남은 것은 상처와 아픔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도망자 생활을 청산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며 마지막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자신들을 조속히 받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너무 지지리도 잘난 것 없이 살다가 자유를 찾아 떠난 길이 이제 10년이 됐어요. 어떤 사람은 15년이 됐구요. 그런데 미국에서 우리 소망을 듣고 빨리 갈 수 있게끔, 하루 빨리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잘 돼 있는 미국에 속히 갈 수 있게끔, 사람답게 자유롭게 살 수 있게끔 정말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