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핵 밀매업자들의 주요 거래처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핵 기술과 물자의 거래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무역회사로 위장한 북한의 조달기관들이 중국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이 최근 북한과 이란, 파키스탄, 리비아 등이 국제 밀거래망을 통해 핵 기술과 물자를 어떻게 조달, 확산했는지 밝힌 책을 펴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위험의 확산: 비밀 핵 거래가 미국의 적들을 어떻게 무장시키는가’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특히

현재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북한 남천강무역회사가 과거 중국을 통해 핵 관련 물자를 조달한 사실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북한 원자력총국 산하 남천강무역회사는 독일 등 유럽국가들에서 진공펌프와 발전기, 강판, 회전자, 공기압축기 등을 조달했는데, 유럽의 영세 기업들을 통해 주문한 뒤 평양으로 직접 배달하게 했습니다. 평양과의 직접 거래를 꺼리는 기업들에게는 중국의 선양항공기공사에 물자를 보내게 했습니다.

선양항공기공사는 중국 공군의 전투기 조립을 맡은 대기업으로, 유럽 에어버스사와 미국 보잉사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민간 거래로 위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남천강무역회사는 선양항공기공사의 단둥 지사를 통해 물자를 넘겨 받았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핵 밀매업자들이 중국 기업들을 일종의 중개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이 여전히 핵 밀매업자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핵 밀매업자들이 민수용과 군수용 모두에 쓸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를 서방국가들로부터 들여올 때, 일단 서방 기업의 중국 지사가 다른 중국 회사에 판매하게 해서 중국 국내 판매로 위장한다는 겁니다. 그 뒤 몇 단계의 중간상들을 거친 다음 무역회사로 가장한 밀거래 업체들이 마지막에 나서 본국으로 물자를 밀반입한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국에 무역회사를 세우기가 더 쉽기 때문에 이런 유통경로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남천강무역회사 역시 여전히 중국에서 활개를 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남천강무역회사의 책임자 윤호진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는 있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제재 대상에서 빠져 있는 만큼 담당자를 교체한 뒤 회사이름과 사무실, 연락처를 바꿔서 핵 밀매 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남천강무역회사의 활동을 추적하고 있는 유럽의 한 정보당국 관계자도 이런 가능성을 지적했다며, 여기에 중간 거래상들이 여럿 끼게 되면 단속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남천강무역회사의 과거 전력을 볼 때 제3국에도 핵 관련 물자를 조달해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주장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에 따르면 남천강무역회사는 지난 2002년 시리아의 가스냉각형 원자로에 들어갈 부품을 유럽에서 구입해 넘겨줬습니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단속 의지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중국 정부가 핵 밀매망을 단속하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중용도 물자를 생산하는 유럽업체들이 중국 기업들로부터 수상한 주문을 받을 경우 유럽 정부당국에 신고를 하기는 하지만 주문을 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단속 인력과 장비, 제도 등을 크게 강화하지 않는 한 핵 관련 물자 밀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