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다 지난 1995년 북한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안승운 목사가 북한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사망했을 개연성은 높지만 북한 당국이 확인해주지 않는 한 공식 확인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995년 7월 중국 옌지에서 탈북자를 돕다 납북된 안승운 목사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납북자 송환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이광선 목사는 1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을 다녀온 교회 관계자로부터 안 목사가 자살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도 "지난 해 10월경 북한 내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안 목사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애서 나를 도와주는 고위 정보원으로부터 '안 목사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잘못됐다' 그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정황상 안 목사가 사망했을 개연성은 높지만 북한 당국이 확인해주지 않는 한 공식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중국 옌지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안 목사는 95년 7월 북한 공작원 이경춘 등 3명의 괴한에 의해 납치됐습니다.

안 목사는 1990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곧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선교활동에 종사했습니다. 중국을 드나드는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를 상대로 성경을 전달하거나 돈을 지원했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은 안 목사가 납북된 직후 북한 공작원 이경춘 등을 체포했고, 중국 지린성 법원은 이경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안 목사의 납북 사실을 줄곧 부인해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 해 추석 때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안 목사에 대한 생사 확인을 북한에 요청했지만 북한은 생사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해왔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안승훈 목사님 관련해서는 작년도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시에 우리 측에서 생사 확인 의뢰한 납북자 분들 중에 포함을 해서 생사 확인을 북한 측에 요청을 했고, 거기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 측은 '확인 불가능' 생사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일단 답신을 보내온 바 가 있습니다."

그러나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안 목사가 97년경 평양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해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동영상에서 안 목사는 설교를 마친 뒤 교인들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주님 언제쯤 옵니까. 나라와 나라가 함께 평화를 누릴 세상은 주님 언제쯤 이루어집니까? 합창: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한국 정부 당국자는 안 목사의 북한 내 행적에 대해 "납북된 후 북한 매체에 등장하거나 방북한 인사와 만나는 등 97년까지의 활동은 파악됐지만 이후 행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성용 대표는 "안 목사의 신변 확인을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에 공식 요청해야 하며, 사망했다면 그 경위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납북자 수는 안 목사를 포함해 5백 명 정도입니다. 남북한은 지난 2006년 제18차 장관급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납북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돼 본격적인 회담이 이뤄지면 납북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