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장과 백악관이 기업의 선거운동 참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정 후보에 관한 기업의 선거광고를 허용한 대법원 판결을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비판했었는데요, 대법원장이 이 같은 대통령의 행동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겁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미국의 연방 대법원장, 이름이 존 로버츠 죠? (그렇습니다.) 우선 로버츠 대법원장의 발언을 살펴 볼까요? 정확히 어떤 말을 한 겁니까?

답) 로버츠 대법원장이 지난 9일 앨라바마대학 법대에서 한 말인데요, 누구나 거리낌없이 대법원을 비판할 수 있고, 또 미국의 정치제도 상 사법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의무적으로 비판을 해야 하는 부서가 있기는 하지만, 상황과 장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고려해 가면서 비판해야 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법원을 비판한 게 적절치 않았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기업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대법원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대법원의 이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앨라바마대학 강연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비판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대법원을 비판하는 적절한 자리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겁니다.

)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을 비판하는 게 왜 적절치 않았다는 겁니까?

답) 국정연설 장에는 상하원 의원들 뿐만 아니라 정부 각료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그러니까 입법, 사법, 행정부 요인들이 모두 모여서 대통령의 연설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원을 비판하자 민주당 측 인사들이 일어나서 환호했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전 규정상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야 했는데, 이런 모습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연례적인 국정연설이 정치적인 궐기대회로 전락한다면 대법관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 백악관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국정연설이 대법원을 비판하기에 적절한 자리였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대법원의 판결 자체를 거듭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기업과 이익집단의 자금이 선거 판에 쏟아져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기업의 선거광고를 허용한 이유는 뭡니까?

답) 미국 헌법에 보장돼 있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지난 1947년에 제정된 법에 따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광고에 돈을 쓰지 못했습니다. (선거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건 상관 없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 식으로 특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는 있었죠. 그런데 대법원에서 지난 1월에 이 법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함으로써 기업의 선거운동 참여에 걸림돌이 제거된 겁니다.

) 미국이 3권분립의 나라인 만큼 행정부와 사법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을 주고 받는 건 드문 일이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비판이 눈에 띄는 데요, 과거에도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의회에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헌법 수정을 요청한 대통령들이 있기는 했지만, 국정연설에서 직접 사법부를 겨냥하는 건 보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그래서 논란도 생기는 거구요.

)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행보를 보인 데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미국 사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역할을 하곤 했는데요, 최근 들어 보수 성향의 대법원 판사들이 늘면서 판결도 보수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법관 9명 중에서 5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죠.)  네, 진보 성향의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런 일인데요, 일반 국민들에게 대법원의 보수화를 알리고 다음 대법관 지명 때 진보 성향의 인사가 추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자는 계산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 미국 대법관은 종신제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한번 임명되면 탄핵을 받거나 사망, 또는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평생 자리가 보장됩니다. 그런데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이 다음 달 90살이 되기 때문에 곧 은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국 연방 대법원장과 백악관이 대법원 판결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