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가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에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박 씨가 견디기 힘든 심리적 고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주에 저희가 로버트 박 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현재 박 씨의 상태가 어떤가요?

답) 박 씨는 지난 달 27일 입원해 치료를 받은 지 일주일 여 만인 지난 6일 정신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인들은 밝혔습니다. 지인들은 앞서 박 씨가 상당한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가 하면 말에 일관성이 없고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또  병원에 있을 때는 지인들의 면회 조차 거부하고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 씨의 신앙적 스승인 애리조나 주 투산의 존 벤슨 목사는 박 씨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어떤 질환입니까?

답) 신체적 위협이나 극심한 공포,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건이나 사고로부터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이후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장애를 겪는 사람은 심신이 매우 민감해 잠을 잘 못 자고 집중력이 약해져 자주 생각과 결정을 번복하는가 하면 과거의 충격이 현재도 계속되는 것처럼 느끼는 충격의 재경험 증상도 일어납니다.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심하면 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문)공포의 후유증 때문에 고통과 악몽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탈북자들도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많이 호소하고 있다죠?

답) 그렇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각종 연구결과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가 바로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요.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탈북자 1천 3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의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연세대학교 탈북자 연구팀의 조사에서도 역시 대상자의 3분의 1정도가 이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북한에서 공개처형 장면을 목격했거나 가족과 친지가 굶어 죽는 모습, 중국에서 강제북송 된 뒤 겪어야 했던 고문과 구타 등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심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로버트 박 씨 역시 북한 당국으로부터 공포와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외상 후 스테레스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답) 북한에서 고문을 겪었던 탈북자들이나 북한 전문가들 대부분이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간첩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한 뒤 정치범 관리소에 수감됐던 정광일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경경비대에서 아마 완전히 사람 얼이 빠지게 구타했을 거예요. 그리고 보위부에서는 대체로 중국인 같은 외국인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독방에 넣어놓고 유도질문이라든가 생명을 포기할 수 있게끔 유도할 때가 있거든요. 저도 너무 힘드니까 나도 사실 간첩이 아닌데 간첩죄를 인정한 원인이 거기에 있어요.”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의장은 로버트 박 씨가 최근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며 지인들에게 그를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 고문은 유엔고문방지협약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금지하는 것인데요. 박 씨가 북한에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고통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로버트 박 씨 역시 미국으로 돌아온 뒤 스승인 벤슨 목사에게 국경지대에서 심한 구타를 당한 뒤 평양으로 압송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 씨는 또 지인들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심적 고문 때문에 분노, 자살충동과도 싸우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박 씨가 구타 보다는 심리적 고문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문) 보위부 요원들이 박 씨에게 심리적 고문을 가했을 것이라는 얘기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정광일 총장은 북한의 보위부 요원들이 상대의 상태에 따라 동물적으로 심리적 고문을 가하는 고문 기술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 완전히 베테랑이죠. 눈동자 하나 굴리는 것 보고도 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것도 얘기하거든요. 한 마디로 그 사람의 머리 속에 혼동이 오게끔 심문을 하죠.”

정 총장은 또 보위부 요원들이 가장 자주 쓰는 무기 중 하나가 가족에 대한 위협이라며, 로버트 박 씨에게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 가족들을 죽일 수 있다는 위협을 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보위부의 특징은 약점 잡힐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외국인에게 그런 직접적 위협 보다는 간접적으로 약점을 잡히게 유도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문) 약점을 잡히게 유도한다. 어떤 얘기인가요?

답) 앞서 정 총장이 말한 대로 상대의 취약점을 잡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얘기인데요. 지난 2007년 북한 내 다양한 고문 형태를 책으로 펴낸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팀장은 그런 맥락에서 북한 당국이 로버트 박 씨의 독실한 신앙을 흔드는 수법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육체에 가하는 고통보다 믿음이 강한 사람에게 훨씬 더 큰 고통을 주는 게 정신적인 고통, 예를 들어 십계명에서 해서는 안될 짓을 본인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당했거나 아니면 그런 상황에 놓여서 어쩔 수 없는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었거나. 저는 그런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봅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답) 대표적인 예가 잠을 못 자게 하거나 약물 투여를 통해 정신을 혼미케 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잠을 사흘 이상 못 자게 되면 대개 정신이 몽롱해지고 혼미한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헛것이 보이고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의 명령에 순종하게 되며, 점차 기억력을 잃고 자기를 부인하기 쉬워진다는 것이죠. 북한 선교와 내적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미국의 한 전문가는 5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박 씨가 수치스런  고통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현재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런 상황을 지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앞서 지적했듯이 기억 속의 고통과 싸우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로버트 박 씨는 순교의 의지를 갖고 들어갔는데 이런 심리적 고문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은 언행을 한 것에 대한 수치심과 부담이 깊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목적 달성에 실패한 엄청난 부담과 허무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겹치면서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죠. 박 씨 역시 지인들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다양한 충동과 싸우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 로버트 박 씨의 지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휴식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 당국의 발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서둘러 기자회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의 견해는 안정이 더 필요하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답) 네. 캘리포니아주의 한 심리 전문가는 이에 대해 그냥 안정이 아니라 로버트 박 씨가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박 씨 스스로 “내가 한 일이 잘못된 게 아니라 잘한 것이다. 그동안 힘들었으니 좀 쉬자.” 이렇게 스스로를 격려하며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소리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