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 ICC 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 권오곤 부소장은 ICC가입국인 한국과 일본 영토에서 납치 문제가 발생했고, 납북자에 대한 송환 요청을 북한이 계속 거부하고 있는 만큼 재판 회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납치 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 권오곤 부소장은 22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충청북도에서 열린 제1회 인권환경 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권 부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ICC 가입국은 아니지만 가입국인 한국과 일본 영토에서 납치 문제가 발생했고, 북한이 이들에 대한 송환 요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납북 문제는 회원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것이고 현재 북한이 납북자 반환이나 이들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한 범죄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ICC에 소추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권 부소장은 이어 “현재로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김 위원장을 회부하는 방법이 유일하지만 중국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납북 행위를 입증한다면 재판 회부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부소장은 다만 “김 위원장의 재판 회부가 남북관계나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재판 회부 움직임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권 부소장은 또 북한 정치범 수용소 내의 공개처형이나 고문, 살해 등은 ICC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 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권 부소장은 그러나 “’북한 주민은 굶주리는데 북한 지도부는 호의호식한다’는 식의 말만으로는 죄를 입증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북한 지도부에 범죄행위의 책임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부소장은 20년 간 법관으로 근무하다 지난 2001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선출돼 2008년부터 부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비롯해 한국과 해외 법조인 2백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2일 토론회에선 북한 지도부를 ICC에 제소하기 위한 법률적 요건과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의 개선 방안 등이 심도 깊게 논의됐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등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탈북자 증언도 나왔습니다.

북한 해군장교 출신인 김경희 씨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낳은 아이가 중국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살해됐다”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저항하다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맞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저도 어머니니깐 아이를 죽이는 것을 막으려고 저항했지만 경찰 5-6명이 흙물을 저한테 씌우고 발로 차고 때려서 어금니도 다 부서졌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 3시간 만에 다시 노역을 나갔구요. 아이를 죽인 이유는 탈북해서 중국 사람과 결혼해 낳은 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는 “정치범수용소는 우리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 전체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6곳의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 중이며, 수감자는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