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혔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또 제3국에서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화장실 이용을 통제 당하는 등 기본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해 탈북한 여성 270 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22일 발표했습니다.

한국 내 국가기관이 탈북 여성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영국 사무관입니다.

 "국내 최초로 탈북 여성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크게 3개의 공관, 북한과 제3국, 한국 등 동시적으로 조망해서 탈북 여성의 인권 침해 실태를 이들의 증언을 통해 법 제도적인 틀 내에서 인권 침해를 연구하고 논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조사 결과 탈북 여성들은 북한에 있을 당시 심각한 식량난으로 착취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자의 42%가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졌다'고 응답했고 97%는 '북한에 있을 당시 식량 배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배급량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때 뇌물을 요구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절반이나 됐습니다.

북한 내 의료정책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자의 60%가 '임신과 출산과 관련해 무상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10명 중 3명은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낙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뒤에도 탈북 여성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기본생존권마저 박탈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과 중국에 있는 브로커들이 결탁해 탈북 여성을 성매매업소나 중국인 남성들에게 팔아 넘기고 있으며 대개 중국 내 하층민 거주지로 팔려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2년 탈북해 중국에서 5년 간 체류한 탈북자 이옥실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임금을 주지 않아도 신고를 할 수가 없다"며  "중국말을 몰라 인신매매를 당해도 모르고 끌려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주로 가정부나 식당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동영상을 찍거나 룸살롱이나 노래방 등에서 일하는 분들도 많구요. 급여를 안 줘도 그냥 떼이는 경우가 많아요. 또 중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사가라고 거래꾼들이 통화해도 그 말조차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구요. 가족들이 탈북해 같이 와도 팔려서 뿔뿔이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태국이나 몽골 등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이들의 경우 현지에서의 수용소 생활을 가장 고통스런 경험으로 꼽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수용소에서 화장실 가는 것을 통제 당하거나 이유 없는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탈북 여성은 보고서에서 "밤 10시면 문을 잠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쓰레기통에 볼 일을 보고 아침에 몰래 치웠다"며 "배설물을 버리다가 걸리면 맞는 일도 허다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 해 탈북해 태국 수용소에서 2개월 간 있었던 박숙자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누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뒷돈을 주거나 자리가 없어 화장실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네모난 자리 하나를 구하려면 돈을 내고 사야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화장실까지 사람이 꽉 차는 경우도 많아요. 3-4백 명까지 되면 사람이 너무 많아가지고 화장실도 못 가서 30분씩 기다려서 화장실 들어가기도 하구요. 수용소에 있을 땐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이 엉망이에요. 풀기 없는 알랑이 밥 같은 걸 주는데 돈 있는 사람은 다른 음식을 사먹구 돈 없는 사람들은 거기서 죽어요."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탈북 여성들이 '국제적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중장기 북한 인권 정책을 수립하고, 한국 정부에 권고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