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등으로부터 약 1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대규모 대북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중국의 대형은행 2-3곳과 복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북한의 외자 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의 대북투자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체 투자규모는 약 1백억 달러로, 이는 북한의 연간 국내총생산 GDP의 70%에 육박하는 막대한 금액인 동시에 유엔무역개발 회의 UNCTAD 가 집계한 1987년부터 2006년 말 사이에 북한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 15억 6천만 달러 보다 무려 6배나 많은 금액입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교 경제학과의 오승혜 교수는 만일 그 같은 규모의 초대형 투자가 알려진 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비슷한 계획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과 연결시켜서 본다면 이것으로 인해서 북한 경제가 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 교수는 북한의 외자유치 사업들에 철도와 주택, 항만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들이 포함된 것에 주목했습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중미국가 아이티의 경우 막대한 국제원조나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북한의 경우 주택건설이나 항만건설 같이 부가가치가 많은 곳에 투자하는 만큼,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북한의 시장경제가 더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거보다 돈이 더 많아진 노동자들이 시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더 많이 살 수 있고, 또한 그 같은 수요에 맞추기 위해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사회기반시설 건설 위주의 대북투자가 지금 당장 북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도로 철도 놔 가지고 북한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물동량이 없는데. 그리고 살림집 많이 지었는데 살림집 지어봤자 그 안에서 먹을 밥이 없고 입을 옷이 없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북한 김일성 종합대학 교수 출신의 탈북자인 조 박사는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산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협력 확대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면서, 도로와 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핵심부분을 보완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조 박사는 북한은 지금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새로운 산업 창출이나 개방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면서, 1백억 달러 라는 막대한 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유례없는 막대한 규모의 대북투자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 당국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로와 철도, 항만, 주택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에 다른 형태의 개혁 개방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투자금액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북한이 경제개혁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면, 막대한 대규모의 대북투자가 북한의 그 같은 움직임을 지원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겠지만, 북한이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투자는 아무런 경제적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