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한 대북 라디오 방송이 북한주민의 육성 녹음을 담은 프로그램을 송출할 예정이어서 주목됩니다. 북한주민들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제작된 이 프로그램에는 화폐개혁 이후 치솟은 물가와 시장 단속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 등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민간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27일 북한주민의 육성을 녹음으로 담은 프로그램 ‘인민의 소리’를 오는 29일부터 이틀 간 북한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북한주민들의 육성을 현지에서 녹음해 방송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 내부소식과 주민들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북한 사람들에게 ‘내 주변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어요. 또 외부에서 보기에 북한 사람들이 당국에 무조건 복종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만들게 됐어요. 북한의 현실을 알려주고 싶은 게 목적입니다.”

김 대표는 음성 전달 경로와 관련해 “20 명에 달하는 북한 내부 통신원들이 이달 초 북-중 국경지역에서 소형 녹음기와 카메라 등을 동원해 녹음했고, 제 3국을 거쳐 이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약 5분 길이의 이 프로그램에는 화폐개혁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와 시장 단속 조치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음성이 담겼습니다.

한 북한주민은 “국가의 생산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시장에서 농산물을 제외하곤 물건을 팔 수 없게 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주민1:  환율 변동이 심하단 말이야, 변동이..
주민2:  (돈 바꿀 때)피해가 심하지 않나?
주민1:   달러 갖고 있던 사람들이 많아서 망한 사람이 많다구.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 5억 6억짜리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지금 장마당에서 파는 게 농산물 밖에 없어 지금.
주민2 사고 팔고 못하면 더 비싸단 말입니다.

북한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에 따르면 지난 15일 함경북도 청진시의 경우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1 ㎏에 2백40원하던 쌀값이 24일에는 1천백원까지 올랐습니다.

북한 당국의 시장 단속 조치로 물건을 몰수 당한 상인의 거센 항의도 담겼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노인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장사도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내가 전쟁에서 피 흘리면서 너네들 살려 놓았는데 이렇게 물건을 빼앗으려고 너희들을 살려 놓았다고 생각하냐고 항의했더니 ‘법 때문에 하는 거지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느냐’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그렇지 어쩜 이리도 악하게 물건을 뺏느냐. 진짜 악마들 같아”

자유북한방송은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시장에 반입된 경공업 제품들은 다 몰수됐으며, 종합시장 대신에 농민 시장만 허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해를 맞아 비료 증산운동에 동원된 주민들의 모습도 담겼습니다.

한 북한주민은 “세대당 8t의 퇴비를 국가에 바쳐야 배급을 받을 수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해 벽두부터 논에서 거름을 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관영 언론매체들을 통해 거름 내기를 비롯해 농업 증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북한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북한주민들의 생각을 외부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매주 1차례씩 송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주민의 육성을 통해 북한 내부 소식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신뢰할만한 대북 정보로 활용되려면 정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은 2004년 4월 20일 설립된 한국 내 첫 민간 대북방송으로 현재 탈북자 11 명을 포함해 모두 16 명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유북항방송은 지난 2008년 12월 외부 정보가 차단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로부터 ‘올해의 매체상’을 받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