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민간기구가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받을 혜택을 분명히 하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유연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북 핵 해법을 제시한 이 기구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답) 일본과 호주 정부가 지난 2008년에 세운 기구입니다. 당시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합의로 출범했는데요, 공식 명칭은 ‘국제 핵비확산 군축위원회 (International Commission on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입니다. 정치적 차원에서 핵 군축과 비확산에 관한 논의를 전세계적으로 활성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 두 나라 정부의 후원을 받지만 위원들은 모두 민간인 신분입니다.

문) 어떤 인사들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까?

답) 일본과 호주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의 저명한 핵 전문가 15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전직 고위 관리들이 많습니다. 가와구치 요리코 전 일본 외상과 가렛 에반스 전 호주 외무장관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구요, 미국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러시아의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전 국가 두마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전세계 각국의 핵 전문가 27명이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연구기관들의 도움도 받고 있습니다.

문)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해 취임하면서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지 않았습니까?  국제 핵비확산 군축위원회의 활동이 탄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연설에 이어서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해 말에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의 후속 협상을 시작했구요, 핵 안보 정상회의가 4월, 핵확산 금지조약, NPT 평가회의가 5월에 잇따라 열릴 예정입니다. 국제 핵비확산 군축위원회는 이런 분위기에 맞춰 그동안의 활동과 연구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핵 위협 제거: 세계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의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인데요, 지난 달 일본에 이어서 지난 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보고서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문) 보고서에서 북한 핵 문제가 어느 정도나 비중 있게 다뤄졌는지 궁금합니다.

답) 북한 핵 문제는 이란과 함께 가장 시급한 핵 현안으로 지적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핵 문제를 전세계 핵 비확산 체제의 최대 과제로 꼽으면서, 북한 핵 문제 때문에 핵 비확산의 기본적인 목표들이 흔들리면, 핵 군축이라는 더 큰 목표도 이뤄지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지 여부가 논란이 되곤 했는데, 보고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습니까?

답) 북한을 핵 보유국 또는 핵 무장국으로 인정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못박았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두 번 했고, 5~6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장거리 미사일까지 시험발사했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겁니다.

그 이유로 보고서는 북한이 핵 폭발장치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고,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역시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문)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시각이 최근 들어서 힘을 얻고 있는데, 보고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답) 북한체제의 특성상 북한 지도부의 의중이 무엇인지 확신할 방법이 없다는 게 국제 핵비확산 군축위원회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 정부를 국제사회가 상대해야 하는 당사자로 대하면서 협상을 통한 해결이 가능한 것처럼 계속 행동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북 제재를 당장 거두거나, 북한에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대가를 줘야 한다는 건 아니구요,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얻게 될 이득을 분명히 밝히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유연한 협상을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 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습니다.

문) 일부에서는 북한이 최근 들어 유화공세를 펴고 있는 배경에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속셈이 있다, 이런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보고서는 북한이 과거에도 시간벌기 전술을 통해 이득을 챙겨온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시간을 벌면서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더라도 전체적인 안보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국제 핵비확산 군축위원회의 시각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시간벌기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북한도 6자회담에서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만큼, 대북 제재와 유인책을 병행하는 것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