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한국 내 탈북자단체가 오늘 (26일) 요덕수용소 내 혁명화 구역 수감자들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덕정치범 수용소 내 혁명화 구역에 수감된 2백54 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일정 기간 노동을 통해 사상단련을 받은 뒤 나올 수 있는 ‘혁명화 구역’은 북한 전체 정치범 수용소 가운데 유일하게 요덕수용소에만 있습니다.

생존자 인터뷰 등을 통해 작성된 명단에는 이름과 성별, 나이와 수감 사유 등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수감 사유는 탈북 시도가 64 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첩죄와 반체제 행위, 연좌제, 체제 비난 순이었습니다.

명단에는 체신성 부상을 지낸 심철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학동창으로 알려진 홍순호 전 중앙당 군사부 과장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심철호는 2001년 9월 보위부를 비난했다는 죄목으로 들어왔다가 김 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퇴소했으며, 홍순호도 김 위원장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수감됐다고 북한 민주화운동본부 측은 밝혔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전용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김형락도 김 위원장의 이름을 호칭 없이 불렀다는 이유로 1974년 수감됐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태진 대표는 “다른 곳과 달리 조건부 석방이 가능한 혁명화 구역에는 고위층이나 그 자녀들이 수감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혁명화 구역엔 엘리트 계층이나 간부, 그 자녀들이 꽤 많습니다. 혁명화 구역에 이런 고위층들을 보내는 이유는 ‘자칫 죽을 뻔한 나에게 새 삶의 기회를 주셨구나. 충성을 다해야겠다.’ 라는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봅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는 “유엔의 의무는 개인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 받는 것을 조사하는 데 있다”며 “현장조사가 이뤄지도록 북한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해 말 무단 입북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와 관련해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러 온 박 씨를 일반주민들과 되도록 격리시키려 할 것”이라며 “보위부 내 초대소에 구금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를 위해 지난 2003년에 결성된 이 단체는 지난 해 12월 대북 인권단체들의 모임인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제소한 바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ICC에 제출한 자료들을 최근 방한한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에게도 전달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요덕 수용소를 비롯해 6곳의 정치범 수용소가 있으며, 약 20만 명의 수감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