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부터 15년 넘게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진벨 재단이 지난 달 북한에서 활동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후원자들에게 공개했습니다. 다제 내성결핵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과, 완쾌돼 가는 환자들의 밝은 얼굴 등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이 재단의 스테판 린튼 회장은 북한주민들의 인내심이 대단하다며, 이들이 희망을 갖도록 꾸준한 지원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평안북도 곽산군의 한 결핵요양소. 정주, 구성시 등 도 내 여러 곳에서 온 내성 결핵 환자들이 유진벨 재단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린튼 박사: “결핵을 언제부터 앓으셨죠?”
환자: “1996년도부터 앓았습니다.”
린튼: “지금 도쯔(결핵약)을 몇 번 쓰셨습니까?”
환자: “1차 도쯔는 3번, 2차 도쯔는 4번 썼습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힘겹게 결핵과 싸웠지만 내성이 깊어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다가 마지막 희망을 붙드는 심정으로 이 곳을 찾았습니다.

유진벨 재단의 스테판 린튼 회장과 일행은 지난달 초 평안남북도 내 12개 의료기관을 돌며 내성 결핵약과 영양제, 방한복 등을 지원하고, 환자들의 객담(가래)을 받아 검사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린튼 회장은 방문하는 도시마다 환자들이 예상보다 많아 객담통을 한국에서 추가로 공수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린튼 회장은 내성 결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지침을 꼼꼼하게 설명합니다.

“선생님들 몸 속에 있는 균은 이미 일급 선수들 (1차 결핵약)과 붙어서 이겼습니다. 한번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한 다음에 다시 결핵균이 일어나지 못하게 2년 동안 때려야 돼요. 약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해 발표한 세계결핵통제보고서에서 북한에 다제 내성 환자가 7천 명 이상 있으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평양시 룡성구역 결핵요양소를 찾은 한 여성 환자는 끊이지 않는 기침을 참으며 증상을 호소합니다.

“3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서…(콜록콜록) 도쯔를 3번 썼는데 실패했습니다. 원래 병이 심하다 나니까……”

옆에서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딸이) 의대 나오고 박사원까지 나왔는데 제 병을 고치지 못하고 지금 도쓰랑 뭐도 다 써도 내성이 생겨 듣지 않는데, 이걸 고치는 그런 데가 있어서 의료집단에 달겨 붙어서 하겠다니까, 죽었던 내 딸이 정말 살아날 것만 같고….”

북한에서는 결핵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다가 본인이 결핵에 걸리는 의사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포시 결핵요양소의 김명선 의사는 15년 동안 결핵환자들을 돌보다가 3년 전부터 결핵을 앓고 있고, 요양소 식당에서 일하는 부인 역시 결핵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린튼 회장은 20일 매릴랜드 주 자택에서 가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환자들을 가깝게 접촉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맙게도 우리가 환자들을 접근하고 가래도 받을 수 있고 상황을 파악하고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그런 면에서 일하기가 쉬워졌어요.”

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상태가 호전되는 환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린튼: “ 지금 약을 몇 번째 드시죠?”
환자: “이번까지 세 번째입니다.”
린튼: “지금 벌써 두 번 드셨고. 첫 번째 드셨을 때는 음성이 안 나왔죠?”
환자: “네”
린튼: “ 근데 이번에 음성이 나왔습니다. 튼튼해지신 것 같습니다.
환자: “ 네 많이 좋아졌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성의 있게 보내주신 약을 갖고 치료하면서 진짜 처음에는 소생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지금 이만큼 좋아졌으니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치료를 더 잘해서 선생님들의 성의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환자들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는 린튼 회장. 하지만 다제 내성치료약이 다른 1차 결핵약보다 무려 70배나 비싸 후원금을 마련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합니다.

“ 다제내성 약은 일반 결핵약보다 약효가 들지 않아요. 부작용도 많고. 치료 기간도 6~8개월이 아니라 2년 반, 3년이 돼야 되는데, 한 환자가 40~50달러어치의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3년에 걸쳐 3천 달러가 필요합니다.”

린튼 회장은 한국인들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기독교인들의 조건 없는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이들은 환자와 결연을 맺어 기도로도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진벨의 기초는 이 사업을 신뢰하고 유진벨을 통해서 북쪽에 있는 환자들을 사랑하겠다는 개인들, 그러니까 종교단체들이 아마도 우리의 가장 후원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4대째 한반도에서 인도주의 지원과 선교 활동을 펼치며 북한을 70번 이상 왕래한 스테판 린튼 회장은 북한 사람들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태평양을 오가며 북한을 돕자고 외칩니다.

“북한에 갈 때마다 얼마나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악조건 속에서도 인내심으로 하나 둘씩 풀어 나가는 것을 봤을 때 상당히 대단한 민족이란 생각도 듭니다. 북이나 남이나 기회와 시간만 주면 남 못지 않게 성공할 수 있는 민족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북쪽도 기회와 시간을 주면 혹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닐지라도 더 좋은 세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