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20일) 국방위원회 결정으로 해외 자본 유치를 전담할 국가개발은행 설립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만성적인 경제난을 타개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릴 경우 외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결정으로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20일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회 1차 회의가 열렸다며, 이 자리에서 국가개발은행 설립에 대한 국방위원회의 결정이 전달됐다고 밝혔습니다.

중앙통신은 국가개발은행에 대해 “국제금융기구와 상업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현대적 금융체계를 갖추고 국가정책에 따르는 중요 대상들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통신은 또 “국가개발은행에 대한 투자 유치와 자금을 보장하는 경제연합체로 활동할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본부는 평양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장에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상임 부이사장 겸 총재로는 중국 거주 한인인 박철수가 기용됐습니다.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은 북한 군부가 2006년 9월 홍콩에 설립한 것으로, 북한의 새로운 대외투자 유치 창구로 지목돼 왔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만성적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올해 초 신년 공동사설에서 대외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대북 제재가 풀릴 경우 외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북한 최고지도부가 외자 유치를 직접 챙기겠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지난 해 12월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가 방북할 당시 북한이 국가개발은행 설립과 외자 유치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보즈워스 특사는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고려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또 후계체제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발전을 통해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도 읽힙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선 북한 당국이 처한 다급함도 엿볼 수 있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정광민 박사는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대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라도 경제 개발을 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입니다. 화폐개혁 이후 시장을 폐쇄하는 등 국가가 완전히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생산과 공급을 확대해야 하고, 결국 외부로부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죠. 중국을 거점으로 해서 경제 개발을 꾀하려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진 김양건 부장과 중국 거주 한인인 박철수를 책임자로 기용한 것은 중국 자본 유치를 겨냥한 것으로, 중국 정부와 사전에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조동호 교수입니다.

“북한이 지금 필요한 게 100이라고 가정하면 자체적으로 60을 조달할 수 있다고 스스로 보고, 나머지는 중국에 의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원자바오 총리 등 고위층의 방북 당시 북한에 상당한 양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고, 사전에 이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을 것으로 봅니다. 박철수란 사람도 중국에서 공기업 사장을 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산이 많다는 점에서 ‘의욕만 앞선 조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북한연구센터소장입니다. 

“개발협력자금이라는 것이 조건들이 많아서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발전 계획이나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등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등 어려운 조건들이 있는데 국제사회 개발협력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만을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국가개발은행은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 시기 산업은행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 경제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4년 당시 박봉주 내각 총리 주도로 국가개발은행 설립 등 ‘은행구조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2005년 하반기 이후 노동당 등의 반발에 밀려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