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관영매체인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사회주의 내부 원수들과의 투쟁’을 거론해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논설의 배경에 대해 ‘평양의 권력 변동’과 ‘한국 비디오 확산’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최근 ‘사회주의 내부의 계급적 원수들과의 투쟁’을 강조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개인 필명의 논설에서 ‘착취계급의 잔여 분자들과 제국주의자들에게 매수돼 음으로 양으로 책동하는 자들은 모두 사회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이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에 말려들어 변질된 자들과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끌어들이는 자들은 모두 사회주의의 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노동신문은 그동안 ‘제국주의의 침투’에 경각심을 높이자는 얘기는 자주 해왔지만 ‘내부의 계급적 원수’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노동신문의 이번 논설이 발표된 배경으로 `평양 내부의 권력 갈등 가능성’ 이나 `한국 비디오 확산에 대한 경고’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평양 내부의 권력 변동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닉쉬 박사에 따르면 지난 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을 겪자 평양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권력의 전면에 떠올랐습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김 위원장은 지난 해 하반기를 기해 내각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온건파들은 서울과 워싱턴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강경파들은 이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신문이 ‘내부 원수와의 투쟁’를 거론한 것은 평양 내부의 강온파 갈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출신으로 과거 서울의 북한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김승철 씨는 이번 논설이 북한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한국 비디오와 손 전화기를 통한 외부풍조 유입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노동신문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침투 책동’이라고 한 것은 한국의 비디오 확산을 가리킨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상문화적 침투라는 것은 외부에서 남한의 비디오, CD, 포르노 그런 것을 들여다 팔아서 장사하는 사람들이고…”

김승철 씨에 따르면 북한사회에는 1990년대 이후 돈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이 생겼습니다. 이들 신흥 상류층은 집에 가정부를 두는 등 이른바 `비사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노동신문이 이번에 이런 행태를 경고했다는 설명입니다.

“권력이 좀 있는 사람들은 첩을 두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가정부를 두고, 자식을 과외를 시키고, 애들에게 충성심 교육이나 군대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라든가 경제, 무역, 외교 분야에 교육을 시키는 거죠.”

노동신문의 이번 논설은 화폐개혁 이후 격앙된 북한 민심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말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실시하면서 옛날 돈 1백 원을 새 돈 1원으로 평가절하 하는 한편 일정 한도 내에서 돈을 바꿔줬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장마당 등에서 장사를 하며 돈을 모은 사람들은 돈을 고스란히 빼앗길 수밖에 없어 불만이 많다고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북한전략센터의 김광인 박사는 말했습니다.

“중간층이 그동안 장사를 통해, 또는 이권 개입을 통해 부를 많이 축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돈이 다 무용지물이 됐거든요. 굉장히 중간층이 격앙돼 있고, 김정일 정권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그 것을 김정일 정권도 알고 있는 거죠.”

노동신문의 논설이 평양 내부의 권력 갈등의 조짐인지, 아니면 한국의 비디오가 확산되는 데 따른 경고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남정책을 둘러싼 북한 당국의 강온 엇박자와 사회적 이완 현상은 두 가지 해석을 모두 가능케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