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사라지면 북 핵 6자회담도 곧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1일 외무성 성명을 내고 "조선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외무성 성명은 "위임에 따라" 이같이 제의한다고 밝혀 이번 제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임을 내비쳤습니다.

성명은 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은 9.19 공동성명에 지적된 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 그 성격과 의의로 보아 현재 진행 중인 조-미 회담처럼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번 제안에 대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조기 재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북한이 다시 시작될 6자회담의 주 의제를 새롭게 제기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명은 북한 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 정전체제에 따른 미국과의 적대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조-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빠른 속도로 적극 추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평화협정 체결이 비핵화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는 이번 제안에 6자회담의 주 의제를 비핵화에서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북한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에 복귀하기 이전에 미국과의 대화 내용을 확인시키는 거죠, 그게 바로 평화협정 제의, 이 것으로 나왔다고 봐야겠죠."

또 6자회담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6자회담과 별도의 회담 방식이 안되면 6자회담 틀 안에서도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혀 6자회담 틀 안에 평화협정을 위한 다자협상 틀이 새롭게 꾸려질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평화협정 협상의 주체를 정전협정 당사국들로 밝힌 대목과 관련해선 대체로 정전협정 서명국인 미국과 북한, 중국 세 나라 이외에 실질적으로 정전협정을 실행하고 있는 한국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 특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위해 중국과 한국이 참여하는 '4자대화'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는 북한이 당초 평화협정에 관한 한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원했던 태도를 바꾼 것은 다자 협상을 통한 보장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도적으로 다자가 합의를 해 놓으면 미국도 못 깰 것이다, 그런 쪽에 북한이 기대를 거는 것 같아요."

성명에선 이와 함께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와 6자회담 복귀를 연계한 북측의 첫 언급도 나왔습니다.

성명은 "제재라는 차별과 불신의 장벽이 제거되면 6자회담 자체도 곧 열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6자회담 복귀의 명분을 달라고 촉구하면서 사실상 복귀를 계기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대북 제재랄지 이런 것들을 좀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완화시키는 이런 뭔가를 거둬내야 6자회담 복귀가 북한으로선 성과다, 이렇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면서 6자회담 속에서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는 이런 취지에서의 성명 내용이다 이런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제의가 비핵화에 대한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 핵 협상 국면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평화협정 문제가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 과정이 추동될 때 직접 당사국들 간 별도 회담에서 논의할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화체제부터 논의하자는 것은 비핵화 과정이 진전된 뒤 별도 포럼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자는 9.19 공동성명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겠다거나 지연시키겠다는 전술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또 평화협정 협상을 6자회담 틀 안에서 할 수 있다는 성명 내용에 대해선 그동안의 미-북 양자대화가 6자회담 틀 안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논리를 차용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이 이번 제안을 쉽게 거부하지 못하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