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통일 비용이 최고 5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액수는 지금까지 통일 비용과 관련해 나온 추정치 중 최대 규모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반도의 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이뤄질 가능성은 적지만 그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미국 서부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센터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 연구원이 밝혔습니다.

피터 벡 연구원은6일 워싱턴의 한국대사관 홍보원인 코러스 하우스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의 비용과 결과’라는 제목의 강연회에서,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 비용도 달라질 것이라면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피터 벡 연구원은 가장 바람직한 방식으로 피를 흘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독일 방식, 최악의 방식으로는 무력을 동반한 베트남과 예멘의 사례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공산정권이 갑작스럽게 붕괴해 혼란했던 루마니아와 알바니아의 방식이 남북한 통일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연구원은 지난 1990년대 대규모 기근 후 붕괴된 북한 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고, 또 남북한의 경제 규모나 소득 격차가 큰 만큼 어느 방식이든 통일 비용은 많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소득을 남한주민들의 80%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으로 가정할 때, 가장 바람직한 독일 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30년에 걸쳐 2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만일 베트남이나 예멘 처럼 통일에 무력이 개입될 경우에는 통일 비용이 3조 달러에서 5조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조 달러에서 5조 달러에 달하는 피터 벡 연구원의 통일 비용 추산은 지금까지 나온 관련 연구 가운데 가장 많은 것입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랜드연구소’는 지난 2005년 미 국방장관실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한반도 통일 비용으로 최소 5백억 달러에서 최대 6천7백억 달러가 소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한국 국회는 지난 2007년, 통일 비용이 8천5백억 달러에서 1조 3천억 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은행은 3천억 달러에서 9천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의 ‘크레디 스위스’ 은행은 지난 해 한반도 통일 비용으로 1조5천억 달러가 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단체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UI)’의 제라드 월시 아시아 담당 국장은, 한반도의 통일 비용을 추산하는 일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 같은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월시 국장은 한반도 통일 비용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지만 모두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면서, 통일이 이뤄지는 시기와 통일 시점에서의 북한경제 상태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피터 벡 연구원도 이날 강연회에서 중요한 것은 통일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터 벡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는 통일에 대비해 관련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반도 통일 후 북한경제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국제 금융기관들의 경우 현재 북한 관련 직원이 단 1명도 없는 상태라며,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터 벡 연구원은 국제 금융기관들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 정부도 이들 기관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