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현대사에 유례없는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1세기 들어 첫 10년은 미국인들에게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었다는 진단인데요. 경제성장 이론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만큼 국가경제가 동력을 잃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 이 시간을 통해서 최근 미국 경제 흐름을 몇 번 살펴본 적이 있죠? 주로 실업률 추이와 산업별 실태를 짚어 보면서 회복 기미가 좀 보이는 것 아닌가 했는데, 경제가 생각보다 더 바닥으로 추락해 있었나 보군요.

답) 예. 지난 2일자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새 천년 들어 미국 경제의 추이를 죽 되돌아 보는 심층기사를 실었는데요. 여러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한 결론은 아주 암울합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을 그래서 `잃어버린 10년' 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미국사회 곳곳에 얼마나 기대가 넘쳤었는지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그 첫 10년 간 경제 실적을 보면 그런 기대가 무참히 깨진다, 그런 얘기네요.

답) 맞습니다. 2000년대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된다는 건데요. 2000년대가 시작되기 전 70년 동안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미국인들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은 현대사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미국 경제의 어느 부문이 그렇게 최악이었다는 건가요?

답) 우선 일자리 상황이 그렇다는 겁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은 당연히 미국 근로자들에게 해당이 될 텐데요. 지난 1999년 12월 이래 지난 해 11월까지 순 고용 창출은 실질적으로 '0'을 기록했습니다. 194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유례가 없습니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10년마다 일자리가 20%씩 늘었으니까요. 성장률 역시 지난 1930년대 이후 최저에 그쳤습니다.

) 일자리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면 가계소득도 별로 늘지 않았겠군요.

답) 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줄었습니다. 2008년 미국 중산층 가계소득을 보면요,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1999년보다도 낮았습니다. 미국에서 중산층 가계소득이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6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안 좋은 수치가 또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가계 자산에서 빚을 뺀 순 가계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그 전 10년 동안에 비해 줄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결과 역시 195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심각하지 않습니까?

) 그렇네요. 이런 상황이 모두 지난 10년 간, 그러니까 2000년대 들어 시작됐다는 건데,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답) 우선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왜곡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초반 5년 동안 소비와 부동산 시장에 수조 달러의 돈이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장래에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말입니다. 자, 그 많은 돈이 주택건설에 퍼부어 졌으니 어떤 결과로 이어지겠습니까?

) 부동산 시장에 잔뜩 거품이 끼게 되겠죠? 결국 빚내서 투자하는 거니까 빚은 빚대로 늘었겠구요.

답) 돌이켜 보면 상당히 위험한 투자 행태였는데 그 때는 멈출 줄을 몰랐던 겁니다.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시죠. 월드뱅크와 미국의 투자회사인JP 모건을 거쳐 현재 뉴저지 주에서 부동산 융자회사인 '리빙스턴 모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엄영옥 대표의 설명입니다.

"비정상적인 투자 관행이 스며들면서 소비자들이 무분별하게 투자에 몰입했구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규제당국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 거품이 생겼고 부작용이 뻔하지 않겠습니까?"

) 부작용이라고 했는데, 결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 경제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이해가 되네요.

답) 미국은 엄청난 가계 빚을 지게 됐는데요, 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1999년부터 2008년 초 사이에 미국의 가계 빚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예상해 보실 수 있으시겠어요? 무려 117%가 늘었습니다.

) 엄청나군요. 자, 미국의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 그게 더 중요하잖아요.  예측이 가능할까요?

답) 미국인들이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을 전망일 것 같은데요. 경제학자들은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경제학과의 김관석 교수도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역시 왜곡된 투자로 보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경시하고 미국자본이 금융시장으로 흘렀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버블이 생겨 미국 경제가 지금 난점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2010년에 미국 경제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이런 리세션이 앞으로 5년, 10년은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 앞으로 또 10년이라구요?

답) 어디까지나 예측이지만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거품 성장 이후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었는데요. 잃어버린 10년이 자칫 영구화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지금 미국사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빚에 의존한 경제체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할까요? 새로운 성장모델 수립이 시급한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