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 달 초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예고한대로, 외화 사용과 보유를 전면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2년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실효를 거둘지 주목됩니다. 외화 금지 조치의 배경과 전망에 관해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북한이 예고대로 외화 금지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죠?

답)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북한에서 오는 1월1일부터 외화 사용을 금한다는 보안성 명의의 포고령이 배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8일 평양의 상점과 시장 등에 일제히 포고령이 게시됐습니다.

또 앞서 북한 중앙은행의 조성현 책임부원은 지난 3일 조총련계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화폐개혁 조치에 대해 설명하면서, 앞으로는 상점과 식당에서 외화를 일절 쓸 수 없게 되고, 외국인이나 해외동포들을 위한 상점과 식당에서도 화폐교환소에서 북한 돈으로 바꾼 후에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북한 정부의 외화 금지 조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답)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든 기관과 개인의 외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요. 또 외국인들도 외화를 북한돈으로 바꾼 뒤 써야 합니다.

포고령은 또 엄격한 통화유통체계를 통해 외화의 불법적인 유통을 금할 것이라면서,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한국 내 북한전문매체들도 내부 소식통을 통해 외화금지령과 관련해, 은행을 제외한 개인과 기관들이 외화를 보유할 수 없으며, 개인이 소유한 외화는 정부에 반납하고 무역기관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24시간 안에 은행에 입금하도록 했다고 전했는데요. 개인 소유의 외화를 거둬들이는 방법에 대한 후속 포고는 아직 없었다고 합니다.

) 아무튼 구체적인 내용과 상관 없이, 북한의 외화 금지 조치는 예상됐던 일인데요. 북한사회에서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는 외화 사용을 금지한 이유가 뭘까요?

답)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우선 북한 당국이 핵실험 후 국제 제재 등으로 심각한 외화 난에 시달리면서 외화 확보를 위해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 대외보험총국 출신으로, 지금은 탈북해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가의 외화가 굉장히 부족한 거죠. 최근에 유엔 제재, 금융 제재로 해서 외화 사정이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까 주민들 속에 들어가있는 외화를 회수하고, 외국인이 사용하는 외화를 사전에 은행에서 교환하도록 함으로써 현금을 국가에 집중시키는 거죠. 그렇게 함으로써 턱없이 부족한 외화를 확보하자는 데 목적이 있을 겁니다."

) 그러니까, 이번 조치가 외화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또 다른 측면은 화폐개혁 후 북한 돈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인데요. 북한이 1백 대 1의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달러화와 같은 외화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돈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요. 외화 사용을 원천봉쇄함으로써 북한 돈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달러화나 위안화 등 외화를 통해 이뤄지던 음성적인 시장 활동을 막겠다는 의지도 담겨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그런데 북한이 외화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2002년 7.1경제개선 조치 때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외화에 대한 주민들의 선호가 더욱 높아졌었는데요.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답) 이번 조치로 당분간 외화 사용이 위축되겠지만 현실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북한 돈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완전히 추락했죠. 이번 화폐개혁에서도 봤지만, 그야말로 원화 많이 가지고 있으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 다음은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도 문제인데요. 그나마 10년이면 10년 동안 화폐개혁 안하고, 화폐 가치라도 보존이 되면 원화를 보관하고, 가치저축을 하고, 그것을 쓸 텐데,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잖아요."

김광진 씨는 지난 2002년에도 무역은행이 나서서 교환소를 설치하고 시장환율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게 돈을 바꿔줬지만 주민들이 환전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화폐개혁으로 북한 돈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떨어진 상황에서, 외화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또 이번 조치를 집행하고 통제해야 하는 권력 계층에 외화가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인데요. 북한사회에서는 권력층일수록 외화를 선호하고, 또 외화를 많이 갖고 있는데, 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번 조치가 강행된다면, 오히려 핵심계층의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OUTRO: 김근삼 기자와 북한 정부가 취한 외화 사용과 보유 금지 조치의 배경 등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