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혔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가 가시화 되고 화폐개혁이 단행되는 등 큰 변화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일곱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2009년 북한 뉴스 결산, 오늘은 일곱 번째 마지막 순서로 베이징의 온기홍 기자와 부침이 심했던 북-중 관계를 되돌아봅니다. 
 
문) 먼저, 올 한 해 북-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답) 전통적 우방인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우호의 해’로 정하며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반기와 하반기에 ‘냉온 국면’을 오가면서 평탄치 않았습니다. 양국 관계는 상반기에는 북한의 대외 강경책 때문에 싸늘하게 식었다가 하반기에는 다시 가까워지고 유화 분위기로 반전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문) 올 상반기 북-중 관계가 냉랭했던 요인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실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18일 베이징에서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을 연 데 이어 60여 개의 교류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4월 5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뒤 6자회담 불참과 핵 시설 원상복구 방침을 발표하고, 5월 25일 중국의 강력한 만류에도 2차 핵실험마저 강행하자 중국은 감정이 크게 상했습니다. 중국은 무기금수, 화물검색, 금융제재 등을 골자로 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874호 채택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북한에 강력한 반대와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중국은 이어 당초 6월 초로 예정됐던 천즈리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의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했고, 북한과의 국경무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습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에 대해 결사 반대하며, 6자회담의 궤도로 돌아와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중국을 미국에 아부하고 추종한 세력이라고 우회적으로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중 간 분위기는 빠르게 얼어붙었습니다.

문) 그렇다면 당시 중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겠군요?

답) 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중국 동북부 일대에서도 감지된 2차 핵실험을 실시하며 잇단 대외 강공책을 펴자 중국 내에서는 반 북한 감정과 여론이 전례 없이 높아졌습니다. 중국 내 일부 강경파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북한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반 북한 감정을 고조시키기도 했는데요, 중국 당국도 이 같은 대북 강경 목소리를 막지 않았습니다.

문) 북한과 중국은 그래도 겉으로는 서로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면서 교류를 이어갔죠?

답) 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보름 뒤인 지난 6월 11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전제하면서도, 북-중 간 정상적 교류는 영향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중 교류가 잠정 중단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을 부인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관련국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며, 유엔 안보리의 행동도 이 같은 목표 실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문) 상반기에 상당히 불편했던 북한과 중국 간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배경은 뭔가요?

답) 무엇보다 하반기 들어 북한과 미국 사이가 조금씩 풀리고 한반도 정세가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북-중 관계도 비슷한 흐름을 탔습니다.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 2명과 함께 귀국하고, 현정은 한국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한데다, 추석 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한 데 이어, 8월 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특사단을 보내고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북한이 그 동안의 강경기조를 조금씩 풀어 나가면서,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옮겼습니다.

문) 이런 와중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이 북-중 관계 복원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데요?

답) 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 9월 중국의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는데요, 이로써 그동안 꼬였던 북한 핵 협상은 물론 북-중 당국 간 대화의 물줄기를 텄습니다.

이어 당초 예정대로 이뤄진 10월 초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은 올해 북-중 관계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파격적으로 공항 영접을 나온 것은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대북 여론을 호전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결국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및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기점으로 북-중 간에 놓였던 현안들도 일단락 됐습니다.

문) 북-중 관계 복원의 배경에는 북한 쪽 내부 상황도 작용했을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남북한 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전통 우방이자 이웃국가인 중국이 북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점도 북한이 중국과의 냉랭해진 관계를 우호관계로 돌리는 데 작용했습니다. 더군다나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북한으로서는 중국을 통해 탈출의 실마리를 만들어 가려 했고, 또 이른바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인 것도 하반기 들어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사실 올해 북-중 관계가 굴곡을 겪는 상황에서도 양국 고위급 인사들 간 교류는 오히려 증가하지 않았나요?

답) 그렇습니다. 일단은 올해가 북-중 수교 60주년으로 양국이 ‘우호의 해’로 정한 데 따른 측면이 큰데요, 특히 하반기 들어 북-중 간 당,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왕래는 규모와 횟수 면에서 봤을 때, 최근 몇 년 이래 최고조에 달하며 우호관계를 조성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북한과 중국의 양국 총리가 차례로 상호 왕래했고, 북한 쪽에서는 6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질병 치료를 위해 중국을 찾은 데 이어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이후에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정각 국방위원 등이 중국을 다녀 갔습니다.

중국에서는 9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데 이어, 원자바오 총리 방북 한 달여 뒤 량광례 국방부장이 방북해 중국 국방부장으로서는 3년 만에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로 6월 전면 취소됐던 천즈리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11월 30일부터 북한을 방문해 양국 사이의 앙금을 털어냈습니다.

문) 고위급 인사들의 왕래가 이어지면서 결국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방북한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10월 방북한 원자바오 총리를 통해 잇따라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제 시기 선택만 남겨 놓고 있는 셈입니다. 현재 북-미 회담이 진전되면서 6자회담이 내년 2월께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4년 만에 전격 방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문) 북-중 간 경제협력에 대해 알아보죠.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간에는 접경지역에서 사회기간시설 구축을 위한 협력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접경지역 개발이 경제 발전과 체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입니다. 원자바오 총리 방북 때 북-중 간에 조인된 각종 합의문에는 중국 측의 숙원사업인 신 압록강 대교 건설이 포함됐고, 내년 8월께 신 압록강 대교 착공에 들어감으로써 북-중 교역량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신의주 간 교통망이 크게 개선될 전망입니다.

또 중국 다롄에 있는 창리 그룹은 지난 10월 두만강 개발의 창구인 지린성 훈춘과 함경북도 나진을 잇는 도로 개설을 조건으로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북한으로부터 받아냈고, 이어 중국 지린성 정부는 10월 말 북한과 나진항을 국제 물류단지로 합작 개발키로 합의해 나진항을 거쳐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무원은 원 총리 방북 뒤 북-중 접경 도시들인 창춘과 지린, 투먼 일대를 동북아시아 물류 전진기지로 개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 개발 사업'을 발표하고 11월 중순 정식 승인했습니다.

문) 중국 정부는 올해도 북한에 대한 원조를 계속했죠?

답) 네. 중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울 때는 예외적으로 무상원조를 제공해 왔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지난 9월 29일 북한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무상원조를 계속해 왔다며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한 원조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원자바오 총리의 10월 북한 방문 때 북-중 간에 조인된 각종 합의문에 경제원조 교환문서가 포함돼 무상원조 제공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데요, 중국의 이번 대북 무상원조 규모는 과거 사례에 미뤄볼 때 많게는 2천만 달러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총액을 제외한 북한과의 무역 통계자료를 더 이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중국 쪽이 북한에 대한 무상원조와 물밑거래 등을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배려가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