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2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최근 두만강을 건너 무단 입북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의 억류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북한 측의 확인은 박 씨가 입북한 지 닷새 만에 이뤄진 것으로, 한국 내에선 박 씨가 지난 3월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들과 비슷한 사법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미국 사람 한 명이 지난 24일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불법 입국해 억류됐으며, 현재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나 ‘억류 중인 미국사람’의 이름 등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밝힌 박 씨의 입북 시점은 당초 알려진 25일보다 하루 빠른 24일로, 로버트 박 씨가 속해 활동한 ‘자유와 생명 2009’ 관계자는 박 씨가 성탄절인 지난 25일 오후 두만강을 건너 입북했다고 밝혔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보도는 박 씨가 입북한 지 닷새 만에 나온 것으로, 지난 3월 미국인 여기자 2명이 억류됐을 때도 북한은 나흘 만에 같은 방식으로 확인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박 씨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조선중앙통신이 박 씨의 입북을 ‘불법 입국’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미국인 여기자들과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박 씨의 경우 미국 여기자들과 달리 자발적으로 북한에 갔지만, 불법으로 입국했다는 점에서 여기자들과 비슷한 죄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다만 북한은 미-북 대화 국면을 감안해 북 핵 협상과 분리해서 대응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법 전문가인 서울대 이효원 교수도 “북한이 억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만큼, 미국 여기자들처럼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교수는 “일단 재판 절차를 거친 다음 미국과 협상을 통해 박 씨를 추방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씨가 입북한 지 3~4일이 지나 북한에서 공식 확인했다는 것에 비춰봤을 때, 전례에 비춰봤을 때에도 사법절차를 진행할 확률이 높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북한에서도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 집행까지 해서 크게 내세울 수도 없고 하니까 북-미 관계나 국제사회 인식을 고려해보면 그런 절충안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박 씨가 북한이 극도로 꺼리고 있는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비난했다는 점에서 반국가 선전선동죄 등이 추가돼 미국 여기자들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형법 61조는 “반국가 목적으로 선전선동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노동 교화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박 씨가 북한 체제에 민감한 종교나 인권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쉽게 석방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북 핵 협상 판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박 씨를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대 이효원 교수는 “북한이 박 씨에게 엄중한 죄를 물을 경우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박 씨의 의도대로 된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이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박 씨에 대한 석방 여부는 결국 미-북 대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