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머물던 북한 벌목공 10여 명이 지난 9월 한국으로 망명한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벌목공들의 열악한 삶이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들은 월 1백 달러도 받지 못한 채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이 때문에 탈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8월 러시아 극동지역 현지 취재를 통해 북한 벌목공들의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이 특집보도에서 현지의 벌목 사업가와 북한 노동자들은 1년 중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에만 쉴 뿐, 그밖에는 날마다 끊임 없는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일하는 12시간은 북한에서 일하는 12시간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한 노동자.

하루 열 트럭분의 목재를 꼬박 옮겨야 미화 10달러를 받는다는 이 노동자는 두어 달이 지났지만 아직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푸념합니다. 게다가 안전시설 조차 거의 갖춰져 있지 않아 목재에 깔려 숨지거나 다치는 일도 빈번하다고 노동자들과 현지 관계자들은 증언합니다.

러시아 아무르 주 산간지역 내 한 북한 벌목소의 고위 간부로 근무하다 지난 2005년 탈출해 올해 한국에 입국한 박모 씨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노동에 시달리지만 실제로 받는 월급은 1백 달러 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 달러로 주는데 고저 1백 달러에서 1백 50 달러를 줍니다.  한 달에. 거기에 35달러를 제낍니다,  식사비로. 그 다음에 당비, 조직생활비 그러니까 직능비….그거 노임에서 2% 떼고 다 줍니다. 한 달에 1백 불 받기 힘듭니다.”

3년을 꼬박 일해도 미화 1천 5백 달러를 받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영국 ‘BBC’ 방송은 아무르 지역 내 북한 제2사업소의 경우 러시아 계약업자로부터 연간 7백만 달러를 받고 벌목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자가 받아야 할 임금이 북한 당국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열악한 환경과 과도한 노동에 월급마저 기대치를 밑돌자 벌목소를 탈출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담당하던 아무르 지역 벌목소에서 2005년 기준으로 10년 사이에 탈출한 노동자가 6백 명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바깥세상에 눈을 뜨며 체제에 불만을 품는 노동자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경향이 높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 우선 첫째 북조선 체제에 불만이고, 러시아에 살아보니끼니 촌에 와서 살아도 건설하고는 다르단 말입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시내에서 살고 아예 생활조건도 좋고, (우리는) 이건 완전히 산골에서 산단 말입니다. 두 번째는 과오 범해서 뛰는 놈들도 있고. 하지만 이젠 과오보다도 북조선 독재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뛰는 놈들이 대다수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전세계 고용자들에게 권고하는 표준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입니다. ILO는 또 노동자들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안전한 노동환경 속에 개인이 임금을 직접 수령할 권한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은 국제노동기구가 정한 이런 권리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르 주 내 벌목소 간부 출신인 박 씨는 2005년 기준으로 아무르 지역에 5천 여명, 하바로프스크에 3천 여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 23일 러시아 당국의 말을 인용해 아무르 지역에 12월 현재 1천 7백 명, 하바로프스크에 1천 1백 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1만 명이 훨씬 넘었던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든 것입니다. 

박 씨는 하바로프스크에 사업소가 1호에서 10호까지 있고 아무르에 11호에서 17호까지 있다며, 과거 한 사업소에 7-8백 명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2백 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