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벌목공 등으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이 지난 9월 한국으로 망명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러시아 극동지역 아무르 주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와 탈북자 등 12명이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실, UNHCR의 도움을 받아 지난 9월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23일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은 러시아 안보당국 관리 등의 말을 인용해 "이들은 근로비자가 만료된 벌목공과 탈북자들로, 지난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편지와 전화 등을 통해 모스크바 UNHCR 사무소에 한국 망명을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교도통신은 또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가 집단으로 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재 다른 북한 근로자 4명이 추가로 한국 망명을 신청해 한국 정부와 UNHCR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사실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벌목공 등으로 일하던 북한 근로자들이 지난 9월14일 무렵 한국에 입국해, 정부 합동심문 과정을 마치고 현재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최근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망명해 온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교도통신이 보도한 대로 12명이 집단으로 입국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탈북자 문제에 직접 나서지 않고 유엔을 통해 탈북자의 제3국행을 돕는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60년대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근로자를 파견해왔습니다. 한국 내 탈북단체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들은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임업과 농업, 건축 분야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극동지역의 아무르 주에만 약 1천7백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992년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갔다가 3년 뒤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수일 씨는 "합법적으로 해외에 돈 벌러 간 벌목공들의 경우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탈북을 결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그러나 폐쇄국가에서 살다 해외에서 자유를 맛보면서 한국을 동경하거나 탈북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해외를 나감으로 해서 자유가 뭔지 느끼게 돼요. 진정으로 사람 사는 게 뭔지 알게 되고요. 해외 물을 먹다 보면 자본주의가 이렇게 좋고 북한이라는 사회가 이래서 안 좋구나 체험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특히 남한사회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한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쉽지 않아요. 부모 형제가 다 북한에 있기 때문이죠."

지난 1989년부터 6년 간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했던 탈북자 김모 씨는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은데다, 임금 체불이나 노동력 착취 등 북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남한 선교사들을 만나서 한국행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교도통신은 "한국으로 망명한 12명 외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북한 남성 근로자가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해 한국행을 승인 받았으며, 2004년에도 2명의 북한주민이 한국영사관과 미국영사관에 각각 진입한 이후 한국행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이민당국은 북한주민의 새로운 탈북 루트로 러시아가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