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혔고,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가 가시화 되고 화폐개혁이 단행되는 등 큰 변화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북한 관련 주요 뉴스를 정리하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일곱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2009년 북한 뉴스 결산,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이연철 기자가 올 한 해 북한 경제를 되돌아 봤습니다.

2009년 한 해 북한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회귀적이고 억압적인 조치들이 잇따라 시행된 것입니다.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봉화 높이 총진군 앞으로, 모두 다 1백50일 전투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되자.”

북한은 지난 4월 말 ‘1백50일 전투’에 착수했습니다. 과거의 `천리마 운동’ 같은 대대적인 주민 노력 동원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경제발전을 촉진함으로써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주민들은 강제적인 노력 동원에 지쳤고, 무차별적인 시장단속과 폐쇄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백50일 전투가 끝나자 마자 또 다시 주민들을 1백일 전투로 내몰았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북한 당국의 조치는 경제 개선을 위해 필요한 개혁개방이나 시장화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1백50일 전투와 1백일 전투는 기본적으로 노력 동원 운동인데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계획경제를 강화시키는, 공적 경제를 강화시키는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한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동용승 팀장은 북한의 그 같은 움직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장이 약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11월 말에는 17년 만에 첫 화폐개혁이 전격 단행했습니다. 기존 화폐 1백원을 새 화폐 1원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 생활의 안정과 향상을 꾀하고 경제관리 체계와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화폐개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내부는 오히려 혼란에 휩싸였고, 주민들의 불만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연구원은 화폐개혁이 올해 북한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장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나온 화폐개혁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폐개혁의 결과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놀란드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또 지속적인 시장 단속과 1백50일 전투,  1백일 전투 같은 천리마운동의 부활 등 올해 북한 당국의 전반적인 경제정책들이 아주 부정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그 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김정일 정권이 탄생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풀이합니다.

“금년도의 북한의 정책들을 보면, 무언가 극단적인 정책들이 많이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낀다 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정치, 외교적으로는 핵과 미사일 실험, 경제적으로는 제재와 무역관계 악화, 식량난 등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처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그 같은 조치들을 취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그 같은 극단적인 조치들이 북한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합니다.

주민들의 시간과 재원이 1백50일 전투와 1백일 전투 같은 속도전에 소모되고, 어렵게 모은 돈이 화폐개혁과 교환 제한 때문에 위협을 받는다면, 일반인들 특히 시장경제에 관여하고 있는 일반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달 들어 화폐개혁의 후속 조치로 부동산 관리법과 물자관리법 등 경제 관련 법률들을 일제히 정비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팀장은 이 것 역시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자본을 형성한 세력들과 북한 정부의 시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만성적인 식량 부족은 주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3백80만t에서 3백90만t의 곡물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최소 식량 5백20만t과 비교하면, 1백30만t에서 1백40만t이 부족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봄이면 식량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은 내다봤습니다.

맨스필드재단의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의 식량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만성적인 식량난이 15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합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4년에 시작된 식량난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조직적인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식량 마저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내년에 북한 경제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플레이크 소장은 말했습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팀장은 내년은 경제 문제와 북한 핵 문제가 연동 될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실 외국 자본을, 투자를 받아 들이는 조치들이 수반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조치들이 사실상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핵 문제, 6자회담 등과 연동이 돼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돌파구를 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과거 클린턴 정부나 부시 정권 때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더라도 6자회담에 돌아오면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경제 지원까지 했단 말이예요. 그런 것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 유지될 것 같습니다.”

다만, 식량 문제는 인도적 사안이기 때문에 국제적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 연구위원은 덧붙였습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놀란드 연구원도 내년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올해 식량 수확도 좋지 않았고, 세계 곡물가격도 상승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지원국들과의 관계도 나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년 북한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놀란드 연구원은 말합니다.

북한이 속도전이나 화폐개혁 같은 자기파괴적인 행동들을 계속하는 한 북한 경제의 미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연구원은 2010년으로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미 대부분 북한주민들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