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21일), 서해상 군사분계선의 북측 수역을 평상시 포 부대의 훈련사격을 할 수 있는 ‘평시 해상 사격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곳은 한국과 영해 논란을 빚고 있는 해역이어서 서해상에서 또 한번의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1일 서해상 군사분계선의 북측 수역을 ‘평시 해상 사격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은 해군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 책동에 대응해 서해상 군사분계선 북측 수역을 해안과 섬 포병 구분대들의 평시 해상 사격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9년 6월15일 1차 연평해전 직후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 새로운 서해 해상분계선을 주장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무효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인민군 해상 군사통제수역’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평시 해상 사격구역으로 지정한 해역은 한국 측이 경계선으로 삼고 있는 서해 NLL의 남쪽까지 포함돼 있어 또 한번의 남북 간 서해상에서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됩니다.

실제로 북한 해군 대변인 성명은 “해상 사격구역에서 모든 어선들과 기타 함선들은 피해가 없도록 자체 안전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성명은 특히 “서해 북측 영해에 대한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빈번한 해상 침범이 최근 모험적인 포 사격 행위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최근 연평도에서 이뤄진 한국 군 포 사격 교육훈련을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그 의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발표대로라면 서해 NLL 이남으로 해안포 사격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해군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북측 성명에 대해 “한국 측 함정과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는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문제 삼은 한국 측의 포 사격 훈련과 관련해 “한국 영해에서의 사격훈련 등 정상적 작전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남북한 사이 영해 논란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조성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미국에 평화협정의 시급성을 부각시키려는 게 북측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 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정전체제에 있는 한반도의 불안정성, 이것을 부각시킴으로써 한편으로는 남측을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평화협정의 필요성, 시급성을 알리는 그런 의도가 담긴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북한의 이번 위협이 지난 달 벌어진 3차 서해교전의 대남 보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의 흐름상 북한이 섣불리 군사적 도발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입니다.

“NLL을 둘러싸고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우리가 항상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에 군사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서해 북쪽 수역을 평소에 해상 사격구역으로 지정해도 그것이 본격적으로 도발하겠다는 의도보다는 기존의 NLL을 무력화하겠다는 그 의도의 연장선상에서 뜻을 밝힌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북한 스스로도 최근 미-북 양자 접촉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고 한국 정부로부터는 신종 독감 치료제 50만 명 분을 받아들이는 등 대외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곧 군사도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